[김봉규 기자의 '지구촌 산책' .35] 日 우지 뵤도인(平等院), 극락세계의 연못에 떠 있는 사찰…봉황이 날개 펼친 듯 화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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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0 09:03  |  수정 2023-02-10 09:52  |  발행일 2023-02-10 제35면

뵤도인
지붕 위에 한 쌍의 봉황상이 서 있는 뵤도인 봉황당. 오른쪽에 있는 회랑과 누각 건물이 왼쪽에도 대칭적으로 있다.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봉황당의 옆모습.


일본 교토(京都)부 남쪽에 있는 우지(宇治)시도 일본의 유명 관광지에 속한다. 우지는 특히 일본의 대표적 녹차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녹차는 우지차로 불린다. 우지차의 맛은 매우 뛰어나서 일본 3대 녹차(시즈오카차·사야마차·우지차) 중에서도 일품이라고 한다. 심지어 구분 기준을 우지차와 그렇지 않은 차로 나누어, 본차(本茶)와 비차(非茶)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 가면 다양한 녹차뿐만 아니라 녹차를 활용한 음식을 다채롭게 맛볼 수 있다.

이 우지에 그 중심 법당 건물의 모습이 일본 화폐 10엔 동전에도 새겨져 있는 유명한 사찰 뵤도인(平等院)이 있다. 우지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한 이 사찰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건축으로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2011년 8월 교토에 머물며 관광하다 스포츠카 페라리를 타고 우지로 달려가 뵤도인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교토에 있는 자신의 집(전통 고택)에 머물며 관광을 하도록 해준, 친구의 지인인 일본인이 뵤도인은 한 번 가볼 만하다며 자신의 페라리를 직접 몰며 안내해 주었다. 스포츠카를 타고 속도를 즐기는 것이 취미 중 하나라는 그는 그날도 제한 속도를 가끔 무시하며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후지와라노 가문 별장을 사찰로 보수
아미타여래 사는 서방정토 극락 모습

극락입구 연못 '구품연지' 위 봉황당
나무조각 맞춰 독자적 기법 제작 불상
머리 위 닫집, 중앙 대형팔화경 장식

대대적 보수후 지붕에 황금빛 봉황상
1천 여년간 화재 피해 단 한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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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당의 52구 운중공양보살상 중 하나.


◆극락세계를 담은 법당

뵤도인 앞에는 강(우지가와)이 흐르고 있다. 이 사찰은 우지가와 강의 물길을 이용하여 사찰 중심 건물인 봉황당 주변에 연못을 조성해 놓고 있다. 그래서 극락세계의 연못을 상징하는 구품연지(九品蓮池)에 법당인 봉황당이 떠 있는 듯한 모습 그리고 봉황이 날개를 펼친 듯한 멋진 봉황당의 모습이 그 수면에 아름답게 비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뵤도인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그리고 뵤도인은 후지와라노(藤原) 가문의 별장으로 지어졌던 것을 개축해 사찰로 만든 것인데, 사찰 경내 곳곳에 후지와라노 가문을 상징하는 등나무가 관람객들을 반기는 것도 특징이다. 성씨에 들어있는 한자 '등(藤)'이 등나무를 뜻한다.

뵤도인의 핵심 전각인 봉황당은 봉황이 날개를 편 모습의 목조건물로, 법당 안에는 아미타여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처음 지어졌을 때 화려하고 멋진 모습 덕분에 불교를 믿고 서방정토 극락에 간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개되던 유명 사찰이었다.

일본 국보인 봉황당은 현세에 아미타여래가 사는 세계인 서방 극락정토를 나타내기 위해 지었다. 헤이안 시대 후기인 1053년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후지와라노 요리미치가 세운 법당인데, 연못 중앙에 있는 섬에 불당을 세워 마치 극락의 연못에 떠 있는 궁전과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아름다운 불당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도 방향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연꽃을 키우는 연못은 불교에서는 연화세계, 즉 극락을 상징한다. 둥근 연못인 구품연지는 극락 입구의 연못을 뜻한다. 이 구품연지 가운데 섬을 만들어 법당을 세우고, 법당에는 서방 극락에 계신다는 아미타여래상을 모신 것이다.

봉황당은 중심 건물인 정면 3칸의 중당(中堂) 그리고 그 양쪽에 연결되어 있는 회랑과 누각으로 구성돼 있다. 중당의 지붕 양 끝에는 마주 보며 서 있는 봉황상 한 쌍이 설치돼 있다. 이 봉황당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날개를 펼친 새처럼 보인다.

이 봉황당에는 아미타여래 좌상이 모셔져 있다. 일본의 대표적 불상 작가 조초가 1053년에 제작한 불상으로, 여러 개의 나무 조각을 하나로 짜 맞추는 일본의 독자적 기법으로 만들었다. 대좌와 광배를 함께 갖춘 불상인데, 가장 이상적인 불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 불상이다. 불상의 높이는 2.77m. 아미타여래 불상은 편백 나무를 깎아서 몸통과 팔을 만들어 붙여 완성했고, 바탕에 옻칠하고 다시 금박을 입혔다.

불상 머리 위에 있는 닫집도 화려하고 멋지다. 닫집 중앙의 대형 팔화경(八花鏡·열 개 꽃잎 모양으로 장식한 거울)은 금니로 칠해져 있는데, 법당 내부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한다고 한다. 불상과 닫집 모두 국보다.

◆운중공양보살상과 봉황상

극락세계를 연출한 모습은 봉황당 내에서도 볼 수 있는데, 불상 주변 벽에는 불상을 둘러싸듯이 구름 위를 날아 다니는 52개의 작은 보살상인 목조 운중공양보살상(雲中供養菩薩像)이 대표적이다. 봉황당 중당 내부의 중인방(中引榜·벽의 중간 높이에 가로지르는 목재) 위 좁은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52구의 보살상으로, 불상과 함께 1053년에 제작됐다. 아미타여래를 보호하듯 벽에 걸려 있다. 각 보살상에는 남북 1호부터 26호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모두 원형의 두광이 달려 있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인 운중공양보살상 중 5구는 승려의 모습을, 그 외는 보살 모습을 하고 있다. 악기(발·생황·박판·공후 등)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거나 불구를 들고 있거나 합장하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봉황당 안에는 9가지 방법으로 아미타여래를 맞이하는 그림인 구품내영도(九品來迎圖)가 그려져 있다. 생전의 행실에 따라 임종 때 아미타여래가 마중 나오는 모습이 상품상생부터 하품하생까지 9단계로 나뉘어 문과 벽에 그려져 있다.

봉황당 중당 용마루 남북 쪽 양단에 설치된 봉황상은 높이가 약 1m로 구리로 만들었다. 봉황이 고개를 들고 날개를 편 채 서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에 동쪽을 향하고 있는 봉황을 북방 보살상(높이 95㎝), 왼쪽에 설치된 봉황을 남방 보살상(높이 98.8㎝)이라고 한다. 대기 오염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두 봉황상을 분리해 박물관인 봉상관에 보관하고 있다. 복제품으로 다시 제작한 봉황상이 그 자리에 설치되어 있다. 봉황상 중 남방 보살상은 2004년부터 발행된 1만엔 지폐에 그려져 있다.

봉황당은 본존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하는 극락정토를 현세에 구현하기 위해 지은 것이기 때문에 아미타 불당이라고 불리었는데, 아미타 불당의 외관이 꼬리가 긴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이고, 지붕 위에 봉황 장식이 있어 17세기 이후 봉황당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봉황당은 2012~2014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새로 단장됐다. 2011년 방문 당시에는 지붕 위의 봉황상도 푸른 청동상이었다. 지금은 보수공사 후 황금빛 봉황상으로 바뀌었고, 봉황당 건물도 칠을 다시 해서 새로 지은 듯한 모습이다.

이 봉황당은 1천 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봉황당 근처에는 근래 새로 건축한 박물관인 봉상관(鳳翔館)이 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첨단 설비와 자재를 활용해 만든, 멋진 공간이다. 노후화한 옛 보물관(1965년 준공)을 대신한 박물관으로, 첨단 설비 등을 도입해 소장 환경을 개선한 3세대 박물관이다. 2001년 3월에 개관했다. 봉황당을 중심으로 사적 명승지로 지정된 정원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건물 대부분이 지하 구조로 되어 있고, 자연광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이는 등 조명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또한 일보 최대 규모의 유리벽 전시 선반을 도입, 전시물에 대한 공간적 특성도 잘 살리고 있다.

전시실과 수장고, 뮤지엄숍 등을 갖추고 있다. 수장품은 국보(범종 1구·운중공양보살상 26구·봉황 1쌍), 중요문화재(십일면관음보살상 등), 우지시 지정 문화재(제석천상·지장보살상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복원 영상) 등.

◆권력자의 별장을 개축한 사찰

뵤도인은 1052년 관백(關白·왕을 대신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관직)이던 후지와라노 요리미치(藤原賴通)가 자신의 아버지 미치나가(藤原道長)의 별장을 절로 고쳐서 지은 것으로, 다음 해 봉황당을 마련하고 아미타여래를 안치했다.

뵤도인은 후지와라노 가문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966~1028)가 당시 좌대신이 갖고 있던 우지의 별장을 매입해 시회(詩會)와 음악회를 즐겨 열었던 곳을 활용했다. 그의 아들 요리미치가 이곳에 극락세계를 구현한 사찰을 세운 것이다. 요리미치가 아버지의 별장을 물려받아 극락세계를 구현한 평등원을 건설한 것은 말법사상의 영향이 크다. 이 시기에는 불교가 쇠퇴하는 말법의 세상이 시작되는 때로 인식, 극락에 가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아 건립했던 것이다.

아미타여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승에서 저승을 이어주는 매개물이 새라는 점에서 건물 모습을 봉황 모습으로 지은 것 역시 비슷한 상상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봉황은 상상의 새이고,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새를 섬겼다. 새는 사람이 갖지 못한 날개를 지니고 하늘 높이 날아다니기에 새는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안내하는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겼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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