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와 차이 없는 밀폐공간 '룸카페'…청소년 탈선 부추긴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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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0  |  수정 2023-02-09 18:50  |  발행일 2023-02-10 제1면
숙박업소와 차이 없는 밀폐공간 룸카페…청소년 탈선 부추긴다
룸카페에 비치된 셀프바의 모습. 라면·과자·음료수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동현 기자
숙박업소와 차이 없는 밀폐공간 룸카페…청소년 탈선 부추긴다
9일 낮 12시쯤 찾은 대구 중구의 한 룸카페. 3.3㎡(1평)도 안되는 좁은 방안에는 쿠션과 담요가 구비돼 있었다. 모니터를 이용해 TV나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이동현 기자
숙박업소와 차이 없는 밀폐공간 룸카페…청소년 탈선 부추긴다
룸카페는 다닥다닥 붙은 방에 창이 없어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동현 기자

9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의 한 룸카페. 복도 양쪽으로 3.3㎡(1평) 남짓한 방 20여 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담요, 탁자, 모니터 등이 비치된 방안은 공간의 크기만 다를 뿐 일반 숙박업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카운터에는 '부재 시 연락 달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고, 입실을 위해 업주에게 전화를 걸자, 성인 여부부터 물었다.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기자가 수화기 너머로 성인이라고 하니, 업주는 별다른 확인 없이 "요즘 청소년 입장은 어렵다"면서 방을 내줬다. 요금은 계좌이체를 통해 받았다. 2시간 기준으로 7천 원이지만, 만실이 되기 전까지는 시간 제한이 없었다. 각종 케이블 TV 채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무제한 이용 가능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룸 카페가 일탈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건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다. 룸 카페와 비슷한 밀폐공간은 예전부터 청소년 일탈의 본거지로 지목돼 왔다. 1990년대 성행했던 '비디오방'이나 2000년대 초반 'DVD방' '멀티방'이 대표적이다. 룸 카페도 10여 년 전 여성가족부가 멀티방을 '유해업소'로 지정한 이후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밀폐공간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출입문 유리 설치 △유리문 가림 금지 △침대·3인용 이상 소파 비치 금지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룸 카페같은 신종 업종이 생겨나면서 대책은 힘을 잃었다.


대구경찰청은 최근 사흘 간 룸카페 10여 곳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벌였다. 청소년 출입·고용 제한을 표시하지 않는 7곳을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적발해 대구시에 통보했다. 시는 이들 업소에 대해 관리 주체인 각 구·군을 통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추가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룸 카페 출입제한에 대해 일부 청소년은 반발한다. 이날 룸카페 앞에서 만난 B(17) 양은 "일탈을 하려는 일부를 막기 위해 규제부터 가하면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건전한 학생은 갈 곳이 없다"고 향변했다.


업주들은 갑작스러운 단속에 대한 불만이 크다. 룸카페 업주 A씨는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데, 갑자기 청소년 출입을 막아 버리면 영업 손실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토로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룸 카페에선 불법 성 착취물 촬영과 같은 범죄에도 노출될 수 있다. 청소년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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