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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중앙로역 지하2층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쪽지를 작성하고 있다. |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0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중앙로역 지하2층 '기억공간'엔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민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다. 일상 속에선 시민들이 무심코 지나는 길이 된 50m 남짓의 기억공간에는 참사 20주기를 맞아 2.18안전문화재단이 추모벽에 희생자 사진과 국화꽃 등을 마련해뒀다.
앞서 다녀간 누군가가 남겨 놓은 쪽지에는, 희생자들의 몫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 섞인 글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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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중앙로역 지하2층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살펴보며 이들의 명복을 기리고 있다. |
부모님과 함께 공간을 둘러보던 정소담(12)양은 "친구랑 엄마에게 사건을 들었다. 너무 슬프고 무서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억 공간 내에는 20년 전 참사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긴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ATM기, 공중전화, 광고판 등 위에는 그날의 잿더미가 부옇게 그대로였다. 새까맣게 그을린 벽면에 남겨진 '우리 지은이 너무 보고 싶구나. 엄마가 너무 미안하구나' '너를 언제 한번만 보고 싶구나' 등 닿지 못한 글귀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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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그날'의 참상을 느끼게 하는 참사 현장. 화마가 할퀴고 간 벽면 너머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닿지 못한 마음을 남긴 희생자들의 글귀를 볼 수 있다. |
20년 전 대학교 1학년이었다는 박성한씨는 불혹의 중년 남성이 돼 이곳을 다시 찾았다. "부지런히 출근하던 일반 시민들이 희생돼 더욱 안타깝다"며 말문을 연 박씨는 "시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재난안전 시스템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 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제대로 된 재난안전 예방교육이 이뤄져 '그 날'의 아픔이 이 땅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지경기자 jghwang@yeongnam.com

황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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