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그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모두가 더 안전한 세상을 기대합니다

  • 황지경
  • |
  • 입력 2023-02-13 13:57  |  수정 2023-02-14 07:19  |  발행일 2023-02-14 제6면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앞둔 중앙로역 '기억공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이어져
여전히 반복되는 '참사'…이 땅에 두 번 다시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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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중앙로역 지하2층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쪽지를 작성하고 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0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중앙로역 지하2층 '기억공간'엔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민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다. 일상 속에선 시민들이 무심코 지나는 길이 된 50m 남짓의 기억공간에는 참사 20주기를 맞아 2.18안전문화재단이 추모벽에 희생자 사진과 국화꽃 등을 마련해뒀다.

앞서 다녀간 누군가가 남겨 놓은 쪽지에는, 희생자들의 몫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 섞인 글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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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중앙로역 지하2층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살펴보며 이들의 명복을 기리고 있다.
이수민(30)씨는 "최근 대구지하철 참사를 다룬 방송을 봤다. 찬찬히 당시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오늘 이곳을 찾았다"며 "사고 발생 전에 충분히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좀 더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공간을 둘러보던 정소담(12)양은 "친구랑 엄마에게 사건을 들었다. 너무 슬프고 무서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억 공간 내에는 20년 전 참사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긴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ATM기, 공중전화, 광고판 등 위에는 그날의 잿더미가 부옇게 그대로였다. 새까맣게 그을린 벽면에 남겨진 '우리 지은이 너무 보고 싶구나. 엄마가 너무 미안하구나' '너를 언제 한번만 보고 싶구나' 등 닿지 못한 글귀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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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그날'의 참상을 느끼게 하는 참사 현장. 화마가 할퀴고 간 벽면 너머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닿지 못한 마음을 남긴 희생자들의 글귀를 볼 수 있다.
김민지(24)씨는 "사고 열차에 사촌 오빠가 탈 뻔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가족이 희생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 데 대해 안도하는 데 대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20년 전 대학교 1학년이었다는 박성한씨는 불혹의 중년 남성이 돼 이곳을 다시 찾았다. "부지런히 출근하던 일반 시민들이 희생돼 더욱 안타깝다"며 말문을 연 박씨는 "시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재난안전 시스템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 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제대로 된 재난안전 예방교육이 이뤄져 '그 날'의 아픔이 이 땅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지경기자 jghw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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