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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1일 이후 문을 닫은 약령시 에코한방웰빙체험관이 운영이 종료된 채 방치되고 있다. |
300년 넘은 대구의 명물 '약령시'가 쇠퇴일로에 놓였다. 일대 한방산업 육성과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치한 체험관도 조만간 운영이 종료될 예정이다. 지역의 오랜 관광자원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자체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15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2014년 8월 개관한 에코한방웰빙체험관(중구 남성로 24, 이하 체험관)은 지난해 연말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체험관은 한방 산업 육성과 상권 활성화를 통해 개관됐으나 그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체험관 운영 실패의 주요 원인은 체계적이지 못한 관광사업화 구상이 꼽힌다. 한방 산업 홍보·교육·체험 등 설립 목적과는 무관하게 에너지 절약 기구 판매나, 분리수거 교육 등을 통해 정체성을 잃었다. 또 한방 마사지가 아닌 일반 마사지기기 비치 등 제품 광고 목적 등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부실 운영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2017년 10만5천여명에서 지난해 4만5천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운영 순수익도 2017~2018년은 '0원'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연간 1천만원대 수준의 수익만 울렸다. 이 공간을 개설하는 데 투입된 사업비만 52억원에 달한다.
중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외에도 체험관 인근에 위치한 한의약박물관·한방의료체험타운 등과 기능이 겹치면서 이용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약령시의 쇠퇴가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약령시에 있는 한방전문 점포는 140여곳. 이곳의 상인 평균 연령은 70세를 넘었다. 사실상 10년 뒤면 운영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보다 더 장기적 계획을 구상해 약령시를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일회성 관광객이 아닌 약령시에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원스톱 한방 체험(구매) 등이 가능한 시설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
양대석 전임 약령시보존위원장은 "약령시 정체성과 무관한 체험관의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라 본다. 지자체의 거시적 계획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면서 "약령시는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대형버스 주차장도 없다.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과 함께 앞으로 대구시나 중구청 차원에서 TF 등을 구성해 약령시 상권을 육성·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사진=황지경기자 jghwang@yeongnam.com

황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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