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MZ 열풍…기성 정치권 반발하는 MZ세대 정치인 속속 등장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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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18:49  |  수정 2023-02-24 07:14  |  발행일 2023-02-24
국힘 전당대회 천아용인 중 3人 'MZ'

내부총질이냐 자기 소신 뚜렷한 것이냐

민주당 박지현, 최근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주장

당원 반발에 "구미, 대구 북 콘서트 오시라"

2023년 기준 MZ세대는 11~42세에 해당하는 나이지만, 통상 젊은 사회인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집단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일방적인 방침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니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수직이 아닌 수평 문화를 수용한다. 공정·상식에도 민감하다. 지난 대선에서 '공정'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MZ세대가 사회의 주도적인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치권도 MZ 열풍…기성 정치권 반발하는 MZ세대 정치인 속속 등장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 하태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치권도 MZ 열풍…기성 정치권 반발하는 MZ세대 정치인 속속 등장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7월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MZ세대' 청년들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단순히 '정치 신예' 소리에 안주하지 않고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 핵심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양새다.

 


실제 오는 3월 8일 열리는 국민의힘(국힘) 전당대회에서 '청년 후보' 돌풍이 거세다.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가인)' 중 세 사람이 MZ세대다.


1986년생 천하람 당 대표 후보, 1990년생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1984년생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친이준석계로 분류된다. 1985년생 이준석 전 당대표 역시 'MZ세대 돌풍'으로 30대 중반 나이에 당 대표에 등극했다.


이들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화합을 저해하고 '내부총질'을 서슴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하람 후보만 국힘이고 천 후보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국힘이 아니냐"며 "제가 보기엔 (윤핵관보다) 계속 내부 총질만 하는 천 후보가 더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가 선명하고, '자기 목소리'가 확실하다는 점은 MZ세대가 이들 동년배 정치인을 지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청년 정치인에 이끌려 자발적으로 당원· 유권자가 되면서 당내에서 목소리를 키우기도 한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을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단 입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18일 대구를 찾은 이 전 대표는 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묻자 "젊은 세대 위주로 구성된 천 후보 지지자들이 모바일 투표 방식에 더 능숙하고, 자발적 당원 가입도 많아 투표율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 후보(1982년생)와 장예찬(1988년생)·김가람(1983년생)·김정식(1987년생)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성 정치인의 잔치판이었던 전당대회가 청년정치인의 등장으로 활력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권에서도 유사 사례들이 목격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1996년생)은 최근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외치면서 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의 쏟아지는 항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SNS를 통해 "대선 때 약속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민주당 의원 모두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 표를 던지라고 강력하게 지시해야 된다"며 "당장 잡혀간다고 해도 국민이 지켜줄 거라 믿어야 한다. 혼란을 극복하는 열쇠는 '희생'이다. 그게 민주당도, 이 대표도 사는 길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을 출당·징계해야 한다는 당내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 3만 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사면초가에 몰렸지만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히려 청원에 동의한 이들을 내달 대구와 구미에서 열리는 자신의 북 콘서트에 초대하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그는 "책 출판 기념으로 지역을 다니며 이야기를 직접 듣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며 함께 해답을 찾아 나가려 한다"며 "민주당원 게시판에 올라 온 출당 청원에 동의하신 분들도 많이 참석해주셨으면 좋겠다. 민주당 불모지인 경북에서 처음 찾아뵙겠다. 구미·대구에서 만나요"라고 했다.


소수 정당들의 청년 정치인들도 소신 있는 발언으로 주목받는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정치인과 여야 의원들의 간담회에서 정의당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은 "우리 정치는 시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 10∼15개를 꼽아 상대 정당을 부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친일·독재 정당, 좌파·빨갱이 정당, 재벌·하수인 정당 등으로 상대방을 부른다"며 "상대를 그렇게 불러서 일부 강성 지지층에 아부·아첨해 일부의 지지를 얻으려는 욕망이다. 상대 정당을 부르는 이름이 달라졌을 때가 정치개혁이 됐을 때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청년정치인의 발언이 내부 저격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소신껏 잘 한다고 생각한다"며 "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의견, 저런 의견도 다 있는 것 아니겠나. 정치에는 답이 없다. 당론에 따라 100%가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눈치 보여 말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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