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재정 '보릿고개'

  • 김주원 수성구청 세무2과 세입관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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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7  |  수정 2023-03-07 07:28  |  발행일 2023-03-07 제21면

[기고] 지방재정 보릿고개
김주원 (대구 수성구청 세무2과 세입관리 팀장)

정부는 1월 말 공시지가와 주택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와 표준주택가격을 공시했다. 전년 대비 전국 표준지는 5.92%, 표준주택은 5.95% 하락했으며 대구 표준지는 6.02%, 표준주택은 4.47% 각각 하락했다. 표준지와 표준주택은 매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이 표준가격을 기준으로 개별공시지가와 주택공시가격을 조사해 매년 4월 말쯤 공시한다. 올해는 4월28일 공시할 예정이다.

표준지와 표준주택을 1월 말에 공시하기 위해 전년도 8월경부터 조사 일정이 시작되는데, 그 사이 우리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많이 위축돼 표준지와 표준주택 하락률을 훨씬 상회하는 공시가격의 하락이 예상된다. 실제로 대구지역은 2022년 12월 기준 미분양 물건이 1만3천445호로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전국 미분양 물건(6만8천108호) 대비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에도 3만6천여 가구의 신규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고금리에 더한 공급 과다로 지금껏 겪지 못한 부동산 불황기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소위 '영끌족'에게만 고통의 시간인 것은 아니다. 재산 관련 거래세와 보유세가 지방세의 대부분을 자치하고 있는 지방정부에도 적잖은 재정적 고통을 안겨 준다. 먼저,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대구시의 주 세원인 취득세가 급감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정부의 보유세 완화정책으로 자치구세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재산세가 큰 폭으로 감소되며,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감소에 따라 이를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가 감소하는 등 부동산 불황은 지방정부의 재정을 전방위적으로 악화시킨다.

하반기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더 심각한 재정위기가 지방에 닥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대구 수성구에서는 재산세 징수액이 2020년 1천131억원, 2021년 1천285억원, 2022년 1천413억원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는 2022년 대비 100억원 이상 감소가 예상되고, 징수교부금 등 세외수입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년 지방에서 감당해야 할 복지수요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지방세입은 오히려 크게 줄어 '지방세입의 보릿고개'가 예상되고 있다. 안으로는 추가세입 확보, 경상비와 인건비 절감, 문화·체육행사 축소 등 지방정부 스스로 예산 효율화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밖으로는 재산세 공정시장가액 상향, 지방소비세율 추가 인상 등 보유세 완화정책에 따른 세수감소분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전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지방정부의 단합된 힘이 지방재정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때다.

김주원(대구 수성구청 세무2과 세입관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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