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인더스 문명의 식탁, 다양한 민족이 만든 만 가지 먹을거리…음식장사 수완 좋기로 정평

  • 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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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0 08:15  |  수정 2023-03-10 08:32  |  발행일 2023-03-10 제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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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 문명의 식탁
나는 얼마 전 파키스탄에 다녀왔다. 인류의 4대 문명 탄생지라서 떠나기 전부터 몹시 흥분했다. 특히 인더스 문명은 한국인의 삶과 관련이 깊다. 파키스탄 출신 중 최초로 마라난타 승려가 전라남도 영광의 법성포로 불교를 들여왔기 때문이다. 종교는 음식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인더스 문명의 음식은 워낙 다양해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인들은 대개 인더스강이 인도 땅에 있는 줄 안다. 인더스 문명이 탄생한 곳을 오늘날의 인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과 서파키스탄으로 분리되기 전 거대한 대륙 인도의 일부였다. 지금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국가이고 무슬림이 대다수여서 당연히 할랄 음식이 많다.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많이 먹는다. 이슬람식 도축 방법으로 가축을 잡기에 위생에 더 충실하다. 세 나라가 인더스 문명권이다.

인도 음식 상당수는 '북인도 스타일'
자존심 센 문명 '세계 3대 요리' 발전
세계적 브랜드 술라와인·킹피셔 맥주
한국은 시금치 커리·탄두리 치킨 인기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허브·향신료
신기한 노란색 샤프란밥·주황색밥
요구르트·치즈·우유 문화 널리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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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두리 치킨
어쨌든 인더스 문명권이었던 인도의 경우 북인도와 남인도의 음식이 확연히 다르다. 한국에서 인도계 출신이 운영하는 음식점, 제대로 된 인도 레스토랑이 몇 군데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옷살' 레스토랑이 최초로 생긴 곳은 안암동 K대학교 주변이었다. 옷살은 라다크주 신의 이름으로 배부르게 하는 신이란다. 북동인도 출신으로 몽골계 인도 청년이 한국인과 레스토랑을 차렸던 곳이다. 그 인도 친구는 어린 시절부터 장사에 눈을 떴다.

그가 인도 고향에 있을 때 일본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에 관광을 왔다가 인도 그림을 사가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동네의 무명 화가에게 찾아가 거의 헐값에 그림을 사다가 일본인 여행객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서 그림을 팔아 어머니를 도왔다. 어린 나이에 그림 장사를 시작해 자신의 어머니께 식당을 차려준 미담도 있다. 옛 실크로드 문화권 출신들은 사업 수완이 좋고 음식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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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난 종류
나의 어느 지인 인도 사업가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어린 시절 보통 1달러에 그림을 샀단다. 당시 경제가 호황이던 일본 관광객들의 옷차림이나 인상 등을 고려했다. 즉석에서 30달러, 50달러, 100달러, 운이 좋으면 200달러에도 팔았다. "그림은 파는 사람의 마음대로 값이 정해져 돈벌이가 쏠쏠했다"고 자랑했다. 역시 그 종잣돈으로 음식 사업을 시작해 대성했다.

동네 또래들은 산으로 들로 놀러 나가던 10대 초반에 그런 장사 수완을 발휘한 게 놀라웠다. 인도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한국인으로서 입이 딱 벌어진다. 그는 한국 남자와 한국에서 인도 레스토랑을 차렸지만 실패했었다. 한국어나 한글에 서툰 점을 악용한 한국인 동업자 때문에 레스토랑을 통째로 빼앗겼다. 그 후 거의 알거지가 된 적도 있다.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안 국내 거주 수천 명의 인도인들이 똘똘 뭉쳐 한국인 사기꾼이 있는 인도 레스토랑을 외면했다. 요즘은 SNS로 순식간에 모든 소식이 퍼진다. 인도 친구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옷살'을 열자 대박이 났다. 그는 코로나 이전 전국에서 최초로 인도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도 제공했다. 그는 평수가 넓은 인도 레스토랑도 매입했다. 한국인도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서울 요지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산다.

귀화해서 국적은 한국이고 부인도 한국인이다. 자녀 셋을 두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세월이 흐르자 그를 배신한 한국인은 오토바이로 배달업을 하는 등 먹고살기 위해 매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 인도 출신 친구도 돈을 벌든 잃든 흔들림이 없다. 종교관 때문인 것 같다. 인과응보! 세상사 다 뿌린 대로 거둔다. 인도에서 출발한 힌두교나 불교의 가르침 그대로이다.

인도의 뭄바이에서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라다크로 18세에 건너가 지구촌 각처에서 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음식업을 했던 이도 있다. 이탈리아 피자와 베이커리 사업을 했는데 직원 14명을 두고 운영했단다. 그 이후 정통 인도 음식 사업도 했다. 남인도 '카리'는 대체로 짜다. 맵고 물기가 있다. 북인도 '카리'는 크림이 들어가 있고 부드럽다. 탄두리 치킨은 북인도의 펀자브 스타일이다. 화덕이 발달해 있다. 인더스 문명권 펀자브 주는 대평원이 펼쳐져 있어 모든 먹거리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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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와 다른 '카리'
남인도는 각종 튀긴 음식이 발달해 있다. 우리가 말하는 인도 음식은 대부분 북인도 스타일이다. 옷살의 경우 남인도나 북인도 음식 모두 만들 수 있다. 삼발 소스를 넣은 매콤한 요리는 레스토랑 메뉴에 없으나 고객의 요청 시 만들어준다. 출장 뷔페 시 가끔씩 만든다. 북인도는 경제가 발달했고 풍부한 자원과 각종 먹거리가 많다. 그리고 부유층이 즐비하다. 그러니 음식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인더스 문명권 출신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일단 두뇌가 좋고 인물이 잘 생겼다. 게다가 언어 감각이 뛰어나 대개 4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리고 사업 수완이 출중하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장사를 잘 한다. 지구별에서 중국인 다음으로 음식점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인더스 문명권 출신들이다. 인더스 문명권 음식은 세계 3대 요리에 든다. 그 이유는 요리의 역사와 다양성도 있으나 무엇보다 지구촌에서의 대중성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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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비싼 샤프란으로 지은 밥
술라와인(Sula wine)이라는 인도 와인이 유명하다. 오랜 왕국의 역사 덕분인지 킹피셔 맥주도 세계적인 브랜드이다. 한국인은 주로 시금치 '커리'와 버터 맛살라나 탄두리 치킨을 좋아한다. 난 중에서는 허니난, 플레인난, 갈릭난을 선호한다. 한국에 있는 인더스 문명권 레스토랑의 경우 고객층은 외국인 20%, 한국인 80% 비율이다. 기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각종 할랄 음식점도 비슷한 비율이다.

인더스 문명권에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당신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만나라' 그래야 배울 게 있고 얻을 지식과 지혜가 있다는 뜻이다. 싸구려 식초로 내는 신맛과 레몬으로 신맛을 내는 차이는 엄청나다. 인도는 '카리'(카레)에 큰 고기 조각을 넣는다. 카레에 작게 고기를 잘라 넣는 것은 한국식이다. 인더스 문명권 사람들은 힌두교나 불교를 제외하고 고기를 흔하게 먹던 이들이라서 한국식 소불고기가 너무 얇아서 씹는 맛이 없다고 말한다.

인더스 문명권의 도시 '고아'는 유럽인들의 영향으로 웨스턴 스타일이고 가톨릭계가 많다. 뭄바이의 경우 무굴제국의 영향으로 이슬람계가 대부분이다. 물론 할랄 음식이 발달해 있다. 라다크는 티베트와 파키스탄이 가까운데 거의 불교 문화권이다. 라다크는 다른 종교를 싫어한다. 델리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자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인더스 문명권은 워낙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아서 갈등도 많다. 불교,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다 같이 싸우기도 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이 가장 똘똘 잘 뭉치는 것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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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레스토랑 풍경
라다크의 경우 다 좋은데 사기꾼이 더 많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 대개 돈을 먼저 추구한다. 인더스 문명권은 주로 인간관계를 더 중시한다. 잘나가는 사람은 우선 레벨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지역색도 강하다. 그들은 대체로 끼리끼리 모이는 편이다. 한국의 경우 인더스 문명권 대륙에서 온 인도 상류층은 용산에 거주하고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그 안에서 움직인다.

인더스 문명 영향권 내 대표적인 비즈니스 그룹으로는 타타가 유명하다. 그들은 자이나교 신자들로 살아서 움직이는 어떠한 것도 먹지 않는다. 심지어 다음에 병아리로 나올 달걀도 먹지 않고 우유도 마시지 않는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들이 사업가로 성공한 이유는 전통적인 농업 국가에서 농업에 종사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농업을 하려면 해충을 박멸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농기구를 쓰든지 지렁이나 개구리 한 마리라도 다치게 한다. 살생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심지어 모기가 다리를 물면 그냥 피를 빨도록 내준다. 일종의 보시이다. 그래서 자이나교 출신들이 장사나 다른 일에 종사해 비즈니스로 크게 성공했다. 오늘날 인더스 문명권 대표적인 기업이 되어 세계적인 회사가 되었다. 그들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한다. 그래서 인도 전역에서 존경을 받는다.

인더스 문명권의 다채로운 역사와 종교는 박물관 수준이다. 그래서 음식도 그 종류를 다 알지 못할 만큼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각종 허브와 향신료는 또 얼마나 다채로운지 알수록 놀랍기만 하다. 흰쌀밥이 익숙한 우리에게 노란색 샤프란밥, 주황색밥 등 신기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구르트와 치즈 그리고 우유 문화도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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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인간이 먹든 신에게 공양을 하든 인더스 문명권 음식은 지구촌에서 다양하고 종류가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역사도 인더스강만큼이나 유구하고 장대하다. 태어나서 그 음식을 다 먹어본 이가 없다. 음식 하나만으로도 이러한데 우리가 어찌 함부로 인도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 대해 함부로 무시할 수 있을까? 인더스 문명이 거대한 코끼리라면 우리는 그 코끼리의 새끼발톱을 하나 만져보며 살고 있으니 무조건 겸손해야 한다.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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