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사순가(家)의 보물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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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6  |  수정 2023-03-06 06:59  |  발행일 2023-03-06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사순가(家)의 보물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난 주말 뉴욕의 유대박물관에서 사순가의 진귀한 보물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동양의 로스차일드가'라고 불리는 이 유대인 가문은 19세기부터 세계사와 영욕을 같이하였다. 인도의 아편을 중국에 팔아 큰 이문을 챙겼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중국에 공산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상하이를 건설한 대재벌도 바로 이 가문이다. 지금은 이라크, 인도, 중국, 영국, 미국 등지에 흩어져 살지만 모두 데이비드 사순의 자손들인데, 그는 이라크에서 파샤의 재정담당관을 하다가 1832년에 인도 뭄바이(봄베이)로 이주하여 거기서 무역으로 크게 성공하였다. 그는 수익의 일부로 꼭 자선사업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의 13명의 2세는 대영제국을 등에 업고 바그다드, 뭄바이, 상하이, 런던을 오가며 향료, 차, 진주, 마약, 면제품 등의 무역을 하여 가히 한 '왕조'를 이루었다. 런던의 한 아들은 영국의 작위도 받았고 레이철 사순이란 '딸네'는 런던의 선데이타임스와 옵저버의 편집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의 저명 시인 시그프리드 사순이 바로 그녀의 조카다. 그가 참호 속에서 쓴 시가 유명해져 오늘날 초등학생도 그 시를 다 왼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 가문의 내력이 오롯이 담긴 보물들이 빛을 발했다. 초상화, 도자기, 하프타라(유대성경의 일부) 두루마리와 그 케이스, 하가다(유대교에 전승되는 설화) 필사본, 청나라 때 제작된 상아로 된 상자와 그 뚜껑의 중국 주강(珠江) 풍경화 등 어느 하나 정교하지 않고 놀랍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시그프리드 사순이 참호 속에서 또박또박 쓴 일기와 시가 사람을 숙연케 만든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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