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엑스코선에는 청년이 탄다

  •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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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8  |  수정 2023-03-08 08:05  |  발행일 2023-03-08 제23면

[기고] 엑스코선에는 청년이 탄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3월 들녘에 뿌린 씨앗으로 농부는 가을 풍년을 꿈꾼다. 반세기 전 허허벌판에 그려진 경부고속도로 설계도와 동해안 갯벌에 부어진 포항제철 쇳물은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 현대사의 씨앗이 되었고,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구벌대로와 신천대로 위에 뿌렸던 씨앗은 대구의 오늘을 있게 한 결정적인 초석이 됐다. 이런 혁신적인 결정들은 현실 안주를 탈피하고 미래에 대한 혜안과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꿈의 씨앗을 뿌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 도전한 결과를 낳아 오늘날 번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23년 봄에 맞이한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기본계획은 이런 역사적 교훈을 잊은 듯 꿈과 미래보다는 예비타당성조사라는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있다. 현실과 경제성에 안주하고자 했다면 경부고속도로나 포항제철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신천대로나 달구벌대로조차도 이 기준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없는 대한민국이나 신천대로·달구벌대로가 없는 대구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예타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2023년에 획일적인 예타 기준만으로는 대구 미래를 위한 그 어떤 혁신이나 초석도 '눈칫밥 신세'에 불과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퇴행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방거점 국립대학'인 경북대를 도시철도 사각지대에 방치한 기성세대의 '반성'과 청년도시 대구를 위한 '투자'가 빈말이 아니라면 청년층 이용 편의와 대학가 활성화를 위한 '경북대 정거장' 설치로 경제성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신천역이 경북대역이 아니듯이 기본계획상 경북대 서문에 설치되는 정거장은 이용자 중심이 아닌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엑스코에서 닿을까 말까 하게 수립된 불합리한 '엑스코 정거장' 계획은 대구시민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걷어차는 것과 같다. 3개의 지하철 정거장과 눈부신 지하 공간을 품고 있는 서울 코엑스, 좌우로 펼쳐진 두 개의 지하철 정거장을 가진 부산 벡스코 및 센텀시티에서 전시컨벤션센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대구시민이 엑스코 건설에 따른 일조권 및 도시경관 희생을 허락하는 이유는 10년 후 엑스코선이 대구의 미래를 위한 동력으로서 꽃피울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도시철도 엑스코선은 경북대·엑스코·유통단지의 미래가치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등 역사적이고 장대한 투자처럼 미래세대를 위한 길이 활짝 열려야 한다. 이 같은 문제들을 방관하고 오직 경제 논리로서만 수용한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되돌아볼 일이다. 만물이 태동하는 새봄에 맞이한 엑스코선 건설 계획은 반드시 대구 미래를 위한 파종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에 경북대 정거장과 엑스코 정거장 위치가 핵심적 이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대구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엑스코선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도심구간 지하화에 20조원이 투자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균형발전이 아니라 수도권 고도화에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자될 수도 있다. 예타 만능주의에 갇힌 현실적 선택만 한다면 수도권은 '성장의 선순환'만, 지방은 '쇠락의 악순환'만 맞이하게 된다. 엑스코선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대구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대구시민의 힘과 지혜가 필요한 봄이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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