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정말 미안해요"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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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0  |  수정 2023-03-10 07:44  |  발행일 2023-03-10 제16면

[정만진의 문학 향기] 정말 미안해요
정만진 소설가

1938년 3월10일 독립운동가 안창호가 순국했다. 안중근의 1909년 10월26일 이토 히로부미 처단 의거 관련 혐의로 3개월 동안 구속되었던 안창호는 중국 망명을 앞두고 '거국가'를 지었다. 곡이 붙여진 '거국가'는 우국지사와 청년들에게 애창되면서 독립정신을 북돋우는 민족예술로 승화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중략) 일로부터 여러 해를/ 너를 보지 못할지나/ 그동안에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일할지니/ 나 간다고 설워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

안창호보다 19년 앞선 1919년 3월10일 독립운동가 김란사가 중국 베이징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란사는 우리의 독립을 청원하기 위해 세계평화회의가 열리는 파리로 가던 중이었다. 먼 길 가는 지사들을 격려하여 환송연이 열렸는데, 그 자리에 참석했다가 김란사는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운명 당시 그녀는 고종의 둘째아들 의친왕이 만방에 호소하려고 쓴 독립운동 밀서를 품고 있었다.

김란사는 의친왕과 미국 오하이오주 웨슬리언대학교를 함께 다녔다. 김란사는 27세이던 1897년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역시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미국 학사 학위를 취득한 김란사는 귀국 이래 이화학당 교수로 재직했다.

김란사는 1916년 미국 전역 순회 강연을 하면서 교포들로부터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그런 그가 이화학당 학생자치활동 '이문회'를 지도했으니, 이문회의 성격이 어떠했을지는 쉽게 가늠이 된다. 이문회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날마다 조국 독립 기도회, 시국 토론회, 외부인사 초청 강연회 등을 개최했다. 유관순 '누나'도 이문회에 들어 활발히 활동했다.

3월1일 이후 유관순은 만세운동을 도모하러 고향 병천으로 가고, 김란사는 파리를 향해 베이징으로 떠났다. 그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김란사는 3월10일 '의문사'했고, 유관순은 이듬해 9월28일 옥사했다. 안창호는 "나 간다고 설워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라고 노래했지만, 김란사도 유관순도 모두 잃은 '나의 사랑 한반도'는 '설워' 몸부림쳤다.

1954년 3월10일 출생한 대중가요 가수 권성희의 노래 '나성에 가면'에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 가서 정말 미안해요/ 안녕 안녕 내 사랑"이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는 김란사·유관순·안창호·안중근 같은 분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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