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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
봄 햇살이 남은 겨울 기운을 몰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겨울 고삐에서 풀려난 봄은 매화와 산수유를 시작으로 준비된 꽃의 향연을 펼치며 우리를 위로의 무대로 초대해 주리라. 머잖아 봄기운에 취한 차량도 행렬을 이루며 도시를 탈출해 갈 것이다.
대구의 동과 서를 잇는 교통 대동맥 '달구벌대로'는 대구 최대 중추 도로로서 크고 작은 도로들을 다독이며 시민 교통편의에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대구시 신청사가 두류공원에 들어서면 달구벌대로는 그 역할이 더욱 엄중해질 것이다. 또한 신천대로가 구마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꾸며 달리다 마주하게 되는 성서IC는 대구 중추 관문IC라는 지위를 얻게 될 것이다.
상황을 이미 눈치챈 죽전네거리는 본리네거리와 함께 주변에 빌딩숲을 형성하면서 범어네거리에 '동범서죽(동쪽에 범어네거리, 서쪽에 죽전네거리)'이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장차 서대구 KTX역사가 몰아다 줄 변화 역시 설렘의 하나다.
인간의 뇌는 첫 만남의 느낌을 콘크리트처럼 굳게 해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첫눈에 쿠바 코히마르 도시의 매력에 빠져 그곳에서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곳은 지금도 그의 흔적을 찾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도시의 첫인상은 그 도시의 관문에서 시작되고, 이는 도시가 지향하는 철학과 성격으로 기억하게 된다. 이에 대구경북신공항과 대구시 신청사 그리고 달성지역·성서산단을 연결하는 성서IC는 교통적 역할뿐만 아니라 도시 대구의 정체성을 드러냄이 마땅하다.
달서구는 두류공원에 들어서는 대구시 신청사를 외지인이 찾을 때 관문 성서IC의 숙명적 역할에 주목하며 이 시대의 가치인 친환경과 스마트도시 개념을 성서IC에 덧입혀 가고 있다.
대구 최초의 그린시티 인증도시인 달서구는 주민, 봉사단체 그리고 공무원과 함께 성서IC 명품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그동안 IC 주변에 3천200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어 왔고, 올해도 900여 그루를 심으며 녹색 힐링도시의 꿈을 가꾸고 있다. 현재 해송·배롱나무·아카시아로 이루어진 수종을 연차적으로 피톤치드가 많은 편백나무 위주로 개체해 수십 년 후에는 깊은 산속 고찰 입구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청량감과 안온감을 이곳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감축 등 탄소중립이 더없이 강조되는 시대에 성서IC가 편백숲에 묻힘은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한편 회색빛 성서IC와 성서나들목 진출입 램프구간의 하부 콘크리트 벽면엔 편백나무숲을 주제로 한 야간 경관을 담은 벽면 아트그래픽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삭막하고 통일적인 디자인감도 없는 현재의 성서IC 방음벽을 스마트 도시 달서와 대구의 위상에 부응하는 신기술이 접목된 벽면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태양광을 축적해 야간조명을 입히고, 빗물을 저장해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생태방음벽을 설치해 봄직도 하다.
수십 년 후 아름드리 편백숲에 묻힌 도심 성서IC가 스마트 생태 디자인으로 무장하면 대구를 찾는 외지인에게는 놀라움과 영감을, 시민에게는 자부심을 가져다줄 것이다.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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