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호칭에 대하여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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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8 16:52  |  수정 2023-03-15 07:55  |  발행일 2023-03-15 제21면
천윤자
천윤자시민기자

평생학습관과 노인복지관에서 문인화를 지도하는 필자는 학기 초가 되면 새롭게 만나는 분들의 호칭에 대해 고민하게 될 때가 있다. 수강생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거나 주부이기 때문이다. 어르신도 60대에서 80대까지 연령차가 있고 주부는 50대도 더러 있다. 대게 필자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다.

남성의 경우 현직에서 퇴직한 분이 대부분이다. 여러 분야에서 직책을 가졌던 분들이어서 나름대로 예우한답시고 처음에 '어르신'이란 호칭을 썼더니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60대는 아직 어르신 호칭이 거북하단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전직을 알게 될 경우 교장선생님이나 전무님, 면장님이란 호칭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 면장한 지 언젠데 아직 면장이냐고 타박을 주는 이도 있다. 그러다 남성에게는 선생님, 여성에게는 여사님으로 통일했다.

호칭에 대해 유독 신경을 쓰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젊은 시절 남편의 직장을 따라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고장에서 산 적이 있다. 부모 연배의 어르신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호된 꾸중을 들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그분에게 물었더니 '아지매' 혹은 '모친'으로 부르란다. 아지매는 아주머니의 경상도 방언일 뿐 같은 말이다. 그런데도 그분이 느끼는 의미는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지매라는 호칭에서 일가친척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더욱이 모친은 어머니 같은 대접을 해달라는 주문이 아닌가.

늦깎이 대학원 시절, 교수가 아닌 선생으로 부르라고 한 은사님이 있다. 교수는 직책이지 호칭이 아니라면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교수님이라 부르면 초등이나 중고등학교 선생은 교사님이라 불러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선생이라는 말 하나로 충분히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수업이나 과제에 소홀할 때면 호되게 꾸중하던 교수였지만 만학의 여제자에게 꼭 여사라는 호칭을 붙였다. 나이 차도 있고 하니 편하게 말하시라 해도 남편과 자식까지 있는 사람에게 어찌 제자라 해서 함부로 대하겠느냐고 했다.

교수라는 직책을 이르는 말은 오랫동안 불리어지며 이미 호칭으로 정착했다. 조교수든 시간강사든 모두 교수님으로 부른다. 회사에서 사장님, 부장님이라 부르는 것처럼.

최근 어느 모임에서 학장님, 교수님 등으로 불리는 분이 있기에 어느 대학에서 퇴직한 분이겠거니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학'이라 이름 붙은 어느 사회교육단체에서 활동하는 분이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을 보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이러다 언젠가는 국어사전에 오빠라는 말의 뜻이 같은 부모에게서 난 손위의 남자 형제를 이르는 말이 아니라 남편을 이르는 말로 등재되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격에 맞는 호칭을 찾아 부르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예의가 아닌가 싶다.

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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