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염명주 (새마을문고북구지부 이사·혜원어린이집 원장) |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우리에게 '연을 쫓는 아이'로 유명한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다소 미지의 세계인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다 철수하고 자국의 각 종파에 의한 내전으로 유린되는 시기를 고스란히 겪은 두 여자 마리암과 라일라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다.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었지만 둘은 진정한 가족이 되어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하지만 심해지는 남편의 폭력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리암은남편을 죽이고 라일라와 아이들을 타리크와 함께 도망시킨 뒤 본인은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사형당하게 된다. 죽음은 두렵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지킨 마리암은 사형장 총구 앞에서 두려움만큼 행복했다고 했다. 라일라는 고통의 삶 속에서 타리크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꿈꾸고 살아가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작가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종교문제, 탈레반 문제 등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역사 흐름에 따라 글을 썼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최근 뉴스에서 이란의 여성들이 히잡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 많은 사건 사고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동물보다 못한 존재이며 그들은 혼자 외출도 안 되며 남편의 폭력도 당연하며 교육도 받지 못하며 인간으로 누려야 할 그 어떤 권리도 누리지 못하며 그렇게 살아가다 사라진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멍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너무 화가 나고 슬프고 억울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금수저, 흙수저와 갑과 을에 대한 논쟁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하지만 이글을 읽다 보면 전쟁이 없는 이 나라가,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이 거리가, 나에게 폭력이 아닌 대화를 나눌 배우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한번쯤 삶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평범함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염명주 〈새마을문고북구지부 이사·혜원어린이집 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