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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지 1주년을 맞았다. 재작년 6월29일 대선 출마 선언 때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사에서도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당선 1주년을 맞아 특별한 메시지 없이 민생 행보에 집중했다. 공정과 민생, 쉬운 개념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함의는 매우 깊고 크다.
첫째 공정은 서민 중심의 정치적 가치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요, 특권이나 신분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산과 교육의 과다, 중앙과 지역, 남성과 여성의 차별 없이 함께 사는 공화국이다. 가진 것 없어도 배운 것 없어도 열심히 땀 흘려 노력하는 국민이 잘사는 게 공정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 가고, 취업·결혼·출산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민생이다. 의사·변호사·박사 안 되어도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인간적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어야 공정한 사회이다. 매년 유엔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한다. 2022년 우리나라는 전체 149개국 중 59위, OECD 38개 국가들 중 36위를 기록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처지에 창피한 순위이다. 6개 항목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은 수치가 높았다. 사회의 수준을 평가하는 사회적 지원, 자유, 부정부패, 관용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과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각종 연구소에서 조사하는 사회 불평등 지수와 갈등 지수 또한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서민의 삶이 고단하다는 증거이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서민 살리기 대책(중산층 육성) 같은 대형 정책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둘째 공정과 민생은 엄격한 법치주의의 시행으로 이루어진다. 국민에 의해 결정된 공동체 기본 질서인 법의 집행은 엄정해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란 현실을 혁신하고, 조롱 조의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 특권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도 일소해야 한다. 엘리트 범죄는 사회를 좀먹는 해충과 같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에 대해서는 강한 공권력 행사만이 해법이다. 노조, 언론, 관료, 대기업 등 특권화된 집단의 모럴 해저드, 정경유착, 집단이기주의도 일소해야 한다. 법 없이도 살아가는 서민들이 상대적인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 선진국의 기본은 법치주의이다.
마지막으로 공정과 민생은 박애와 우정을 통해서 완성된다. 국가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은 기부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고상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까지 없다. 권한을 누린 사람은 책임을 다해야 하고, 혜택을 받은 사람은 의무를 다하는 게 공정이다. 이웃에 대한 시민적 우정이요, 성숙된 인간성의 발휘이다. 자유주의자 존 롤스의 정의론 제2법칙에 따르면 최소 수혜자(서민)에게 최대의 이득이 가도록 해야 한다. 마이클 샌델 같은 공동체주의자들도 인간이 지닌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덕목(social virtue)을 강조한다. 서민과 소외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 같은 공정한 가치가 발현될 때 공동체의 유대감은 깊어지고, 단단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
유엔의 세계인권선언 22조는 "모든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자신의 존엄성과 자기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에 필요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실현할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민생의 성공, 나아가 대한민국 공동체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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