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다양한 도시인프라 갖춘 대구…도심 폐허는 미래도시 자양분"

  • 도현학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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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4  |  수정 2023-03-14 07:54  |  발행일 2023-03-14 제14면
〈3강: 3월23일〉 대구! 새로운 하이브리드 도시공간을 열다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공동 시민강좌 - 매주 목요일 오후 6시30분 대구생활문화센터

[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다양한 도시인프라 갖춘 대구…도심 폐허는 미래도시 자양분

도시는 일찍이 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움을 지향했던 국가 주도의 개혁의 시대를 거쳐 여전히 미래를 좇아 달려가기를 강요받고 있다. 도시발전의 허상을 좇아 개발의 칼날을 주저하지 않았기에 도시민 개인의 기억은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다. 도시의 장소성은 개인이 장소에서 가지는 경험과 기억을 통하여 형성된다. 도시 삶의 기억이 저장된 공간에서 시간성과 함께 장소성으로 되살아난다.

도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도시별로 경주하고 있으며, 도시 이미지로서 단일한 이미지로 표현하기보다 도시의 다양성을 표출하기 위한 하이브리드한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도시를 지향함에 있어 선제적 조건이 도시가 지녀온 시간과 공간의 다양한 장소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전통의 역사성 위에 근대, 산업사회를 거쳐 현대도시를 사는 우리의 도시, 대구는 얼마나 다양한 장소를 품고 있는가?

대구의 도시형성과정을 살펴보면, 1907년 대구 군수 박중양에 의해 강제철거되기까지 전통도시로서의 대구는 경상도 중앙의 지리적·전략적 요충지인 경상감영 주둔지로서 정치·행정의 도시, 관리와 상인 중심도시였으며 대구읍성을 중심으로 감영의 관리들과 서문시장 및 약령시 등의 상인도시로서 읍성을 중심으로 서문으로는 성주, 고령, 현풍을 동문으로는 영천, 팔공산 그리고 남문으로는 경산, 각북을 연결하는 교통과 교류의 거점 역할을 담당했던 도시이다.


읍성 철폐·대구역 건설 이후
전통도시 위에 근대도시 성장
차별화된 이중결합 구조 형성
기존 공간에 새 장소 만들어야



근대도시로서의 대구는 1894년의 동학운동과 청일전쟁이 몰고 온 일본군의 달성토성 주둔과 함께 1904년 한일의정서에 따른 이사청이 설립되고, 경부선 철도 건설이 시작되면서 건설관계자 및 농민의 도시 유입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시작되었다. 1907년 대구읍성 철거를 기폭제로 일본인에 의해 대구역과 북성로에 신흥상권이 형성되었으며, 서문시장과 읍성 남측에 조선인이 상권을 이루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1899년 4만4천801명에서 1912년 13만9천615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읍성 철폐와 대구역 건설은 전통도시에서 근대도시로의 대전환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도시화에 따른 인구증가는 새로운 지도층을 형성하게 된다. 새로운 문물과 신문화가 받아들여지면서 근대도시로서 교역과 변화, 혁신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새로운 지도층으로서 외부에서 유입된 서상돈(경북 김천), 김광제(충남 보령), 친일파 박중양(경기 양주) 등의 정치지도층만이 아닌 종교, 예술, 문화인의 외부유입은 문화적 역량의 척도가 된다. 근대도시 대구는 타 지역 사람의 이주를 수용함으로써 타협과 변화를 통해 물류와 교류의 거점으로서 영남 최대의 내륙도시로 발전하게 된다.

대구는 읍성이 철폐되고 인접하여 대구역이 건설되면서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근대도시계획이 도심에 실현되면서 기존의 전통도시구조 위에 근대도시가 계획되는 특징을 가진다. 신작로인 십자대로가 개설되면서 1909년 경상감영에 이사청, 대구경찰서, 대구공소원, 대구우편국, 은행 등의 주요 시설이 도심에 건설됨으로써 다른 도시들과는 차별화된 이종결합의 특이한 도시구조가 형성된다. 1900년 이전의 관리·교역중심도시 위에 근대철도와 근대도시가로가 형성되었으며, 이후 전쟁기에도 유일하게 도시 원형을 보존하였고, 1980년대까지 근대산업을 이끈 산업도시로 성장하였다.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현재에 있어 대구는 역사성과 시간성의 축적에 따른 다양한 도시공간의 장소성을 지닌 하이브리드한 도시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도시라 할 수 있다. 대구는 전통과 근대의 이종교합과 함께 근대도시 형성과정에서 하이브리드로 태동된 도시였으며, 산업도시로의 성장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이종교합과 함께 새로운 도시장소성을 만들어왔던 도시이다. 미래의 대구 도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새로운 도시혁명을 이룰 수 있는 대구의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도시혁명은 기억을 없애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존재의 바탕 위에 이종교배에 따른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라져가는 대구 도심의 폐허는 미래의 대구 도시를 만들기 위한 자양분이라 할 수 있다.

도현학<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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