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혁신도시 포항과 피츠버그

  •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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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2  |  수정 2023-03-22 07:51  |  발행일 2023-03-22 제23면

[기고] 글로벌 혁신도시 포항과 피츠버그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중력이산(衆力移山). '모두가 힘을 합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포항시의회의 계묘년 신년 화두다. 2023년이 포항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포항시의회와 50만 포항시민 그리고 지역 산·학·연·관·정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창의·융합·혁신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포항을 만들어 가자는 의지를 담아 선정했다.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도시재건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를 찾는다면 미국 피츠버그를 꼽을 수 있다. 피츠버그는 한때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번영을 누렸지만 철강산업의 쇠퇴로 1980년대 초 도시가 몰락 직전까지 갔다. 이후 피츠버그시·지역대학·민간단체 등이 도시재건에 뜻을 모아 장기적인 자구 노력을 펼쳐왔고, 그 결과 이제는 금융·의료·교육 등 4차 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여건·성장배경 등이 포항과 여러모로 닮아 있는 피츠버그는 개인적으로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던 곳이었다. 마침 1월 이강덕 포항시장과 동료 의원, 포항시 핵심 관련 부서로 구성된 방문단과 함께 미래 신성장 산업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모색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필자는 카네기멜론대학, 피츠버그대학, 피츠버그 혁신&기업연구소, 로봇 관련 회사 집결지인 Robotics Rows 등 피츠버그 곳곳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피츠버그 일정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지역대학의 역할이었다. 피츠버그에는 피츠버그대학·카네기멜론대학 등 많은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이들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이와 연계된 로보틱스, 첨단의료, AI 기술 등을 선도해 가고 있었다. 특히 카네기멜론대학과 피츠버그대학은 경쟁 관계에 있지만 학과 간 연구 활동과 자료·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교류·협력하며 지역발전을 이끌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연구소를 설립해 시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연구 결과의 창업유도 및 외부 기업체 유치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포항에도 포스텍과 한동대를 비롯한 다수의 우수 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출장에서 포스텍·한동대 등 지역대학 출신의 스타트업 기업이 곳곳에서 세계적인 연구기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지역대학도 선의의 경쟁을 하며 공동연구와 협업을 이뤄나가고, 연구중심의대 설립 등 지역을 위한 정책에도 함께 힘을 모아 나간다면 포항발전이 한층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포항시 또한 이러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양성해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피츠버그에선 민간과 민간 협력단체 또한 지역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 포항시와 MOU를 맺은 피츠버그지역연합은 지역 경제개발단체다. 우리로 치면 코트라와 상공회의소 기능을 하며 지난 10년 동안 로봇·자율주행·생명과학 등과 관련된 600개가 넘는 회사에 약 14조원 이상의 투자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세계 300개 이상 벤처기업의 투자도 이끌어 냈다.

피츠버그의 변신에는 이처럼 지역대학·민간단체 등 다양한 주체 간의 유기적 파트너십뿐 아니라 다양한 신산업과 인재를 포용하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사회의 장기적 발전은 무엇보다 지역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 미래비전 개발과 공유, 적극적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미국 출장이었다.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지방소멸 위기 등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포항은 불굴의 정신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영일만의 기적을 만들어 왔다.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피츠버그 사례와 같이 글로벌 혁신도시 포항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포항시의회가 그 길에 앞장설 것을 다짐해 본다.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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