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국이 들썩였다.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정부의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부른 모습이다. 정부는 반도체, 미래차, 원전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전국에 4천76만㎡(1천200만평) 규모의 15개 국가 첨단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민간 기업이 550조원을 투자하고,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 25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국을 첨단산업 생산 기지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첨단단지 후보지는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경남까지 아우르고 있다. 수도권도 포함된다. 경기도 용인에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트가 구축된다. '기술 패권' 시대를 맞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전략은 필연적 선택으로 보여진다.
국내 유일의 삼성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영남일보DB |
용인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첨단단지에 유치된 기업은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 뿐이다. 원 장관은 "(첨단단지) 후보지 선정 심의과정에서 기업에 입주의향서를 받았다. 평균 200%가 넘는 입주의향서를 접수했다"며 "앵커기업은 거의 확약 수준의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다"고 밝혔다.
결국 첨단단지의 핵심은 반도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을 생각하면 '국익' 관점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과 일본, 대만, 유럽,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반도체 전쟁에서 실기(失期)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결단은 높이 살 만 하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 투자가 불러올 부작용이다. 당장 수도권 규제 완화론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그 핵심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다.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트를 구축하려면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용인에 특별 신청을 받아 공장 신설을 추진할 방침인데, 수도권 전체로 확대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전국의 첨단단지가 성공 역사를 쓰기 위해선 기업 유치와 비수도권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 지자체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기회발전특구와 교육특구 신설이 포함된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통과를 비롯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실천도 수반돼야 첨단단지 전략의 진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국가 경제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최수경 정경부장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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