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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변호사) |
일본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OECD 회원국 평균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한국에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적 저성장이 앞으로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일본이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일본의 석학 노구치 교수는 "20년 뒤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에 두 배 이상 뒤처질 것이며, G7 회원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화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25~65세)의 부족으로 구조적 장기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부치 교수는 일본 경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이 일본의 경제력을 추월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인 0.8명이기 때문에 조만간 일본을 따라 저출산으로 인한 구조적 저성장을 겪을 것이고 장차 일본보다 더 급격하게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은 저출산으로 30년째 구조적 장기침체를 겪고 있으면서도 단일민족국가를 고집해 외국인의 이민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은 국적에 있어서 혈통에 따른 속인주의를 채택한 결과,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동포 2, 3세에게도 영주권만 부여하고 일본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지도자들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채택해 왔다. 미국은 중남미 라틴계 아메리카인이 대거 유입됐고 아시안계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유럽은 중동·북아프리카·인도 등에서 이민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이민정책으로 다민족국가를 지향함으로써 일본과 같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 대통령과 인도계 부통령을 배출했고, 유럽의 경우 인도계·무슬림계 출신의 총리·장관·국회의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뽕'에 취한 사람 중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추월해 세계적인 선진강국이 될 것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1인당 GDP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고 있기는 하나 반면에 대만에는 오히려 추월당했다. 일본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선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강 건너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일본을 따라 머지않아 선진국에서 다시 중진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수없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기만 하고 백약이 무효하다. 설사 기적적으로 저출산 대책에 성공해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생아들이 자라서 노동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되려면 족히 30년은 걸린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민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이른 시일 내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민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겨날 수 있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낫다.
국적법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부모의 혈통에 따른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미국은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속지주의는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미국 영토에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는 미국 시민권을 자동적으로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 불법체류자가 4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그 자식들이 태어나 자라고 있지만 한국 국적이 없어서 교육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체류자들이 데려왔거나 우리나라에서 낳은 자식이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유령과 같은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살아가고 있다. 신속히 국적법을 고쳐 속지주의를 채택해 이들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우리가 다민족국가를 지향해 나갈 때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국가적 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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