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출산율 0.59의 진실과 공룡공원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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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2 06:40  |  수정 2023-03-22 06:53  |  발행일 2023-03-22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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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0.78의 공포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점령하였다. "80년 뒤 한국 인구는 2천만…이대로면 멸종" "저출산 280조는 증발한 걸까?"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세종 1.12, 경북 0.93, 광주와 대전은 0.84, 대구 0.76, 부산 0.72, 서울은 0.59다. 청년들이 몰려가는 서울이 역설적으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도시다.

"저출산 문제는 주거와 일자리, 육아와 교육 등 아이 낳고 키우는 데 관련된 분야를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고난도의 범부처 과제다." 국무총리의 지난 14일 국무회의 발언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청년들이 경쟁 과열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의 인구학 관련 공동연구팀은 "서울 집중이 초저출산 현상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구밀도뿐만 아니라 인구편중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 높은 서울의 과밀 때문이라고 한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과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의 공통점은 모든 생명체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공간의 밀도가 높아지면, 경쟁으로 인해서 후손 재생산 본능보다 생존본능이 앞선다는 설명이다. 자기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돈 줄 테니까 애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어서 알을 못 낳고, 서울에 가니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오겠는가. 출산율 0.78의 공포에 가려진 출산율 0.59의 진실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2020년 12월)에 의하면, 수도권 청년 10명 중 6명은 '지방 이주' 의향이 있다. 이주를 생각한 이유는 '주거비가 너무 비싸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그리고 '대도시의 경쟁적인 삶이 지치고 회의가 느껴져서'라고 응답했다. 청년들이 살고 싶고,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가 지방에 많아져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아이 보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 하지만 대구 앞산의 '고산골 공룡공원'에는 주말이면 젊은 부부와 아이들로 북적인다. 아이들의 표정도 즐거워 보이지만, 젊은 부부들도 평소 육아에 찌든 자신에게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했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고민하는 국무위원들에게 공룡공원에 와서 젊은 부부들을 만나길 권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는 바로 젊은 부부들의 여유로운 시간과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에 있지 않을까.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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