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교훈과 시사점

  •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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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06:54  |  수정 2023-03-24 06:55  |  발행일 2023-03-24 제22면
고금리·규제 완화가 불씨
예견된 사태임에도 불구
예방수단 못 찾은 오류 범해
美위기 확산 땐 안심 못 해
한국도 사전 대비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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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시장경제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올라가는가 하면 내려가고 내려가는가 하면 올라가는 경기변동을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경제가 확장되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따라서 위기가 거듭될수록 위기대응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사태를 보면 미국도 별로 그렇지를 못한 것 같다. SVB사태를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유사한 면이 보인다.

첫째, 두 위기는 모두 미국이 고금리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당시 미연준 이사장이었던 그린스펀이 이상호황(irrational exuberance)과 주식시장의 버블을 끄기 위해 불과 1년 반의 짧은 기간에 기준금리를 1.5%에서 6%까지 인상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부실채권을 잔뜩 가지고 있던 은행들은 리먼 브라더스를 필두로 파산해 버렸다. 이번 SVB사태도 파월 미연준 이사장이 지난 1년 사이 금리를 4.5% 인상하였다. 따라서 재정증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SVB가 고금리하에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예금인출사태가 생겨 파산하게 되었다. 미연준의 고금리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급등시킴으로써 은행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양 금융위기 모두 미 정책당국이 금리인상을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급속하게 한 것이다. 즉 속도와 타이밍에서의 정책실패가 있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상황에 맞지 않은 규제완화가 불씨를 키웠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소위 볼커룰(Volker rule)이란 규제를 만들었다. 볼커룰은 은행 본연의 업무인 대출업무 이외의 자산운용을 제한하는 규제인데 이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은행들이 본연의 대출업무 이외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산운용을 다각화하다가 위기를 겪게 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트럼프 정부 때 다시 좋아지자 규제를 완화하여 중소은행들에게 자산운용의 다각화를 허용하였다. 이번에 SVB도 대출업무는 불과 10여%에 불과하고 대부분 재정증권 등을 보유하다가 시세가 떨어져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금융안정을 위한 규제에서도 정책실패를 한 셈이다.

세 번째 문제는 사태가 발생하자 사후약방문 같은 임시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SVB사태가 발생하자 처음에는 신속하게 원칙 있는 대응을 하는 듯하였다. 즉 신속하게 SVB를 파산시키고 원칙에 맞게 예금자보호룰을 지키는 듯하였다. 그러나 금융불안이 급격하게 확산되자 예금자보호 한도를 25만달러가 아닌 전부를 해주겠다고 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때에 그랬듯이 세금지원으로 인한 납세자에 대한 부담전가와 같은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고금리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적인 예방수단을 강구하지 못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위기가능성에서 안전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첫째, 만약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 그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둘째,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말미암아 자산운용에 있어서 부동산 보유비율이 많은 금융기관의 위기가능성이 점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전적 대비책을 확실하게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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