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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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06:54  |  수정 2023-03-24 06:55  |  발행일 2023-03-24 제22면
가짜뉴스 폐해 시정하려면
팩트체크 기능 활성화 등
언론기관·SNS미디어
자율적 자정노력이 해법
윤리책임의식 함양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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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자위대 사열 시 각각 고개를 숙인 모습이 찍힌 사진이 배포됐는데, 태극기는 없고 일장기만 보인 것에 대해 전 정부 의전비서관이 페이스북에서 이를 비난하자, 페이스북은 이 정보를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에서 확인한 일부 거짓 정보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다른 각도에서 찍힌 사진들을 보면 일장기 뒤에 태극기도 같이 있는데, 특정 각도에서 촬영된 사진만 보고 사실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모 공영방송도 일장기를 향해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이라는 멘트를 했다가 사실 확인 후 사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위 가짜뉴스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념별·성별·연령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SNS에는 공식 언론사가 보도한 것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로 포장된 허위조작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챗GPT도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학습해 사실이 아닌 답변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기존 검색엔진과 달리 챗GPT의 답변은 출처나 근거를 제공하지 않아 팩트체크도 어렵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짜뉴스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의미한다. 그러나 보통 규제대상으로 논의되는 가짜뉴스는 발화자가 고의적·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이다. 결국 가짜뉴스란 고의적·악의적으로 생성·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악의성이 없거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다면 정당한 의혹 제기로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 이를 보호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표현의 자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의견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촉진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따라서 가짜뉴스로 인해 사람들의 의견이나 판단을 왜곡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분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다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짜뉴스 이슈는 무엇이 사실인지에 대한 합의도 어려운 것은 물론 동일한 사실에 대해서도 해석에 있어서 정치적 편파성이 농후한 것이 문제이다. 사실은 동일하게 받아들이지만 현상에 대한 분석이 특정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나, 특정 사실이나 유리한 사실만을 부각해 정보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여야 간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사실확인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식 주장, 단순화를 통한 의미 왜곡, 자기입장에 유리한 해석만 주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통합은 멀어지고 지지세력의 양극화와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전통적 언론기관은 물론 SNS 미디어의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자율적 자정 노력이 실행가능한 해법이다. 이와 더불어 이용자의 윤리책임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리터러시 함양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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