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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
당당한 제시카를 보는 엄마는 불편하다.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딸, 주인아저씨의 호의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은 똑똑한 딸은 엄마와 전혀 다른 세대다. 주인집 편만 드는 엄마를 보며 화도 낸다. 보는 이가 무안할 만큼 당당하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평화롭고 안정적이던 구도는 제시카의 등장으로 깨진다. 마침내 엄마의 세계관에도 균열이 일어난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연기상을 받은 엄마 역 헤지나 카제의 연기가 뛰어나다. 영화의 감동은 그녀 몫이 크다. 보모의 손에 컸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의 시각이 예리하면서도 따뜻하다. "사회 구조적 모순을 단호하게 고발한 뒤 포근하게 껴안는다"는 평 그대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브라질 대표로 출품되었고, 미국비평가협회 외국어 영화 톱5에 들었다. 예테보리국제영화제 관객상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절망했던 생각이 난다. 서늘하고 아팠다. 지하에 갇힌 아버지를 구출할 방법은, 영원히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가슴 깊이 상처를 입었다. 감독이 의도한 바였다. '기생충'의 순한 맛이라 할 '세컨드 마더'를 보고는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상식과 질서를 뛰어넘는 기적 같은 일이 세상에는 엄연히 존재하니까. 어쩌면 그 희망은 사람이고, 제시카처럼 당당하고 똑똑한 젊은 세대다. 우리 기성세대의 눈에는 되바라져 보이는 젊은이들이다. 우리가 기존의 세계관과 가치관만 고집하지 않아야 미래가 있다.
딸의 시험 합격에 "너무 행복해서"라며,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주인의 풀장에서 첨벙거리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독특한 구석이 있는 브라질 이야기지만, 결국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인 것이다. 역시 '기른 정'보다 '낳은 정'인가 싶지만, 친자식이 아닌 파빙요도 진심으로 사랑하며 키웠다. 그게 그녀의 힘이다. '세컨드 마더'가 아닌 첫째 엄마, 진짜 엄마다. "아이 키우는 건 내 전문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녀의 따뜻한 미소를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란다.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지만 끝내 미소 짓게 만드는, 예리하고도 따뜻한 영화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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