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버스킹 공연자는 감동의 박수 소리와 동정의 박수 소리를 혼동하면 안 된다"

  •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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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1  |  수정 2023-03-31 06:59  |  발행일 2023-03-31 제37면
[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버스킹 공연자는 감동의 박수 소리와 동정의 박수 소리를 혼동하면 안 된다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추운 계절이 물러가고 봄 내음 가득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거리공연을 하는 버스커들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거리공연은 스트리트 퍼포먼스(Street perfomance) 또는 버스킹(Busking)이라고 하며 공연자는 버스커(Busker)라고 한다.

버스킹은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뜻한다. 음악을 비롯해 마술이나 인형극 그리고 무언극과 댄스 등 다양한 행위로 거리의 대중들과 소통하며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악 버스킹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비보잉(B-Boying) 버스킹 같은 다른 분야도 간혹 있다.

필자가 버스킹을 시작한 것은 8년 전 여름 수성못에서 후배와 함께였다. 당시 우리보다 먼저 버스킹을 시작한 버스커들은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고출력 음향시스템과 반주기(MR 또는 Instrumental)를 사용하여 큰 소리로 음악을 하고 있었다. 건전지용 소형앰프를 사용해 어쿠스틱 통기타 버스킹을 시작했던 우리는 고출력음향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그들과 멀리 떨어진 한쪽 귀퉁이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의 음악을 방해하는 그들의 엄청난 음향 때문에 버스킹이 너무 힘들었다. 결국 우리는 멤버들을 충원하고 고출력음향을 사용하여 밴드공연과 흡사한 버스킹을 시작했다. 그러자 매주 일요일 밤 우리 앞에는 엄청난 관객이 모이면서 생각지도 않은 대규모 공연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애초에 원했던 버스킹 형태가 아니었기에 얼마 후 다시 어쿠스틱 버스킹으로 전환했다.

오랫동안 버스킹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라는 전제하에 요약해 보고자 한다.

[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버스킹 공연자는 감동의 박수 소리와 동정의 박수 소리를 혼동하면 안 된다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모든 버스킹의 공연자가 잘하고 못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 각자가 가진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음악 버스킹은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공연이 아니기에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관객들은 원곡에서 느낄 수 없는 라이브 음악의 생동감과 자신들의 흥미로움을 채워줄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그러나 공연자의 음악이 몹시 단조롭고 느낌이 없다면 관심도는 순식간에 떨어진다. 그때부터는 프로답지 않은 공연자의 버스킹 경험을 위한 시간일 뿐 관객들에게는 소음공해나 다름없다. 공연자는 감동의 박수 소리와 동정의 박수 소리를 혼동하면 안 된다.

일부 버스킹 공연자들은 장르를 불문한 레퍼토리 분량에 집착한다. 포크, 재즈, 블루스, 팝송, 라틴, 칸초네, 록, 발라드, 댄스, 7080음악 등과 심지어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의 히트곡까지 말이다.

어쿠스틱악기 하나로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레퍼토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연주는 전적으로 반주기에 의지한다고 보면 되겠다. 레퍼토리 분량에 집착한다는 것은 음악 취향이 각기 다른 관객 모두를 사로잡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러나 관객은 재주와 예술의 차이를 가슴으로 느낀다.

통기타 연주와 노래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려면 단 한 곡을 하더라도 깊이 있는 해석과 완성도가 필요하다. 만약 개인공간에서 취미로 하는 음악이 아니고 버스킹이나 공연을 위한 음악이라면 평소에도 늘 곡에 대한 분석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관객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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