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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우 (전 검단산업단지 이사장) |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마감한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3개 분야 특화단지 공모에 20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전국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특화단지 신청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생태계가 가져올 엄청난 고용 창출과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정부는 인허가 간소화, R&D 예산 우선 배정,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약속했다. 수도권 집중화와 출생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구미가 도전장을 낸 반도체 분야의 경우 경기 7곳을 비롯해 15개 지자체가 신청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구미는 1970년대 삼성·금성(현재 LG)으로 대표되는 전자산업의 메카로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공업단지인 구미국가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1983년 2월 준공된 제2공단(면적 227만5천㎡)은 컴퓨터와 반도체단지로 산업기지 개발구역으로까지 지정돼 있다.
반도체는 물과 전기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대한 양이 투입된다. 재작년 대만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에 TSMC 공장이 물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다가 해외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세정용 초순수만이 아니라 물 자체가 막대하게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기로 가동되는 대단위 생산기기 설비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나노 단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물과 전기의 안정적 확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구미는 낙동강이라는 풍부한 수량이 확보돼 있고, 국내 최대 전력 생산지인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동해안권과도 가까워 반도체 생산에 유리한 입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경북대·영남대·계명대·금오공대 등 유수의 대학이 배출하는 우수 인력으로 인재 확보 부분에서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수출 중심의 반도체시장을 감안하면 건설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과 20여 분대 거리에 위치하게 된다는 점 또한 구미의 강점이라 할 것이다.
다양한 강점을 가진 구미가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것에 청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는 경기 용인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수도권에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전체 투자금액 550조원 중 절반이 훨씬 넘는 금액이 용인에 투자되는 것이다. 반면 비수도권에는 6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기술패권시대를 맞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이 같은 정부 전략은 필연적 선택으로 보이며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 입장에선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수도권 집중투자가 불러올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회발전특구와 교육특구 신설이 포함된 '지역균형특별법'에도 위반된다.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소멸할 위기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오는 지역 젊은이의 유출을 막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반도체특구는 지방에 선정돼야 하고, 그중 가장 많은 강점이 있는 구미가 선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구를 방문해 TK신공항 특별법, 신규 국가산단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500만 시도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 주리라 믿는다. 지역 내 일자리가 우리 젊은이의 선택지 1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지역에 거주하고 일하고 즐기며 행복한 청춘을 구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민이 함께 노력해 활력 있고 발전하는 대구경북을 만들어 나가길 희망해 본다.
박병우 (전 검단산업단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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