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로에서 삼랑진양수발전소 방향으로 들어서면 벚꽃으로 뒤덮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른쪽이 안태공원, 왼편이 안태마을이다. |
배산임수 둘러싼 가장 살기좋은 마을 꼽혀
양수발전소 주변의 벚나무 1700그루 달해
구천산 계곡 사이엔 풍광 뛰어난 안태공원
4월2일까지 삼랑진딸기시배지축제도 열려
![]() |
행곡리 방향 도로의 사면에 데크 산책로가 있다. 이곳의 벚나무는 발전소가 완공되면서 심겼으며 무려 1천700그루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근 40년이다. |
읍내를 지나 잠시 후 벚나무 가로수가 시작된다. 그것은 안태교를 지나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단해진다. 꽃나무 아래에는 딸기 좌판이 펼쳐져 있다. 오래전 어느 여름날 천태산 자락을 밟고 양산에서 삼랑진으로 넘어온 적이 있다. 그때 한 마을의 좌판에서 딸기 한 바구니를 샀는데 이후 그 맛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겨울이 되면 으레 딸기가 시작되겠군 하지만 그날 이후 딸기는 여름이고 여름 삼랑진행은 사심이 절반이다. 일제강점기 말인 1943년 일본에서 딸기 모종을 들여와 첫 시험 재배에 성공한 곳이 바로 삼랑진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내 최초의 딸기를 만난 곳이 바로 안태마을이다.
안태마을은 구천산과 천태산의 산줄기 사이에 들어앉아 있다. 등 뒤에는 금오산이 서 있고 남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른다. 금오산과 낙동강이 배산임수를 이루고 구천산과 천태산이 좌청룡 우백호로 호위하니 예부터 안태마을은 밀양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꼽혔다. 마을은 원래 평안과 태평을 기원하여 안태(安泰)라 했다고 한다. '탈 없이 태평하다'는 '안과태평(安過泰平)'의 의미다. 이후 천태산(天台山)의 '태(台)'를 취해 안태(安台)가 되었다.
도로에서 마을 안 큰길로 들어서면 벚꽃으로 뒤덮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길가에 안태공원이 있다. 벚나무 언덕, 벚나무 숲, 단풍나무 숲길, 사계정원, 향기 산책로 등이 둥그런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한산하고 고즈넉한 곳이다. 쉬이 스쳐 지나기 좋은 곳이라 빛 맑은 공원을 혼자 독식하는 행운을 가진다. 길 따라 오른다. 굵은 벚나무 줄기를 스치며 석탄 빛을 한 육감적인 배에서 꽃대를 올린 그 앙증맞은 꽃들과 눈 맞춤을 한다. 벚나무 아래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핑크색이다. 마을 안 텃밭을 가득 채운 저 새파란 것들은 마늘일까 양파일까.
'벚꽃오거리' 교통표지판이 벚꽃 속에 있다. 오른쪽은 삼랑진양수발전소와 직원사택이다. 왼쪽으로는 태양광발전소와 행곡리 가는 길이 있다. 행곡리 방향으로 오르자 도로의 사면에 가로놓인 데크 산책로가 나타난다. 길가는 모두 벚꽃이다. 만개한 벚꽃이다. 입술을 꽉 깨물게 되는 벚꽃이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들일까. 안태마을에 삼랑진양수발전소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1979년 10월이다. 먼저 도로를 건설하고, 지하발전소를 만들고, 댐을 건설하는 데 6년3개월이 걸렸고 1985년 12월 준공됐다. 이곳의 벚나무는 발전소가 완공되면서 심겼으며 무려 1천700그루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근 40년이다. 꽃가지 너머 안태마을의 지붕들과 멀리 낙동강이 보인다.
![]() |
삼랑진안태공원은 행곡리 마을 옆 안태호와 댐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 |
도로를 따라 계속 오르면 왼편으로 안태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양수발전은 고도차가 있는 두 개의 댐과 호수로 수력발전을 한다. 하부댐 호수의 물을 상부댐 호수로 끌어 올려 두었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낙차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삼랑진양수발전소의 하부댐 호수가 안태호다. 상부댐 호수는 천태호로 천태산 자락 해발 401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시설은 300㎿급 2기 60㎿로 20만가구에 송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발전소별 발전량은 많지 않지만, 양수발전소는 전력 피크 시엔 3분 이내에 기동, 즉시 전력을 공급해 대규모 정전 사태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수발전소를 국가전력계통의 '3분 대기조' 혹은 '응급구조대'라 부른단다. 안태호 댐 동단에 전망대가 있다. 물이 옥빛으로 맑다. 인공호수지만 1급수라 한다. 겨울이면 각종 철새가 찾아와 놀다가 주남저수지로 간다.
안태호의 북쪽 끝자락에서 호수의 서안을 감싸 흐르는 길로 내려간다. '안촌천'이라는 번듯한 안내판을 가진 계곡을 건너면 작은 마을과 함께 삼랑진안태공원이 펼쳐진다. 이 일대는 행곡리(杏谷里)에 속한다. 살구나무 골짜기다. 안촌천은 행곡리 안촌마을을 관통해 내려와 안태호가 된다. 천변에 한 그루 버드나무가 낭창대는데 그 아래 앉은 사람들이 일요일 같다.
삼랑진안태공원은 안태호와 댐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 키 큰 소나무들과 벚나무 몇 그루가 어우러진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 들어간다. 고라니 한 마리가 펄쩍 놀라 나무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달아난다. 내가 더 놀랐다 이놈아! 야생에서 동물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신비롭다. 산책로는 이제 끝인가 싶더니 구천산의 좁고 깊은 계곡을 건너는 데크 길이 나타난다. 물소리 경쾌하다. 두 뼘 높이의 폭포가 기세 좋게 쏟아지고 커다란 바위 아래 소는 제법 깊어 보인다.
계곡을 건너면 별유천지다. 볕 좋은 잔디밭 가장자리로 수그루의 벚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이이는 저고리 깃처럼 희고, 저이는 파르께하고, 또 저이는 투명한 분홍이다. 함께 있으나 제각각이 의연하게 화사하다. 꽃을 이고 지고 사람들이 걷는다. 또 앉는다. 안긴다. 묻힌다. 벚꽃은 만개와 함께 낙화한다.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이번 주말일지도 모른다. 안태호 서안을 따라 내려간다. 댐 서단을 지나면 안태호는 안태천을 내어 보낸다. 천을 따라가면 다시 안태교다. 천은 낙동강으로 가고, 나는 다시 한번 꽃길을 달리고, 딸기를 산다. 이번 주말에 안태마을에서는 삼랑진 딸기 축제가 열린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
55번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가다 삼랑진IC로 나간다. 삼랑진IC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 송지사거리에서 좌회전해 1022번 지방도 천태로를 따라간다. 삼랑진 읍내를 벗어나 조금 가다 보면 벚나무 가로수가 시작된다. 벚꽃 아래 딸기 노점상이 보이면 바로 안태리다. 삼랑진양수발전소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벚꽃사거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양수발전소홍보관이 자리한다. 홍보관 앞에 안태호 주차장이 있다. 길 따라 계속 올라가면 안태호 전망대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천태호로 올라가는 길과 여여정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여여정사 방향으로 내려가면 안촌천 안내판 뒤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맞은편이 '삼랑진안태공원'이다. 2023년 제13회 밀양 삼랑진딸기시배지축제가 31일부터 4월2일까지 안태마을의 삼랑진 농협가공공장 일원에서 열린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