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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
캠퍼스의 봄은 꽃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가볍고 밝아진 옷차림과도 함께 온다. 필자는 이번 학기 서울대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강의하고 있다. 검정이나 짙은 곤색 계열의 양복을 입은 변호사들로 가득한 로펌을 떠나 매주 한 번씩 찾아가는 캠퍼스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법조윤리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목으로서,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다른 시험과목과 달리 로스쿨의 석사학위 취득 전에도 응시가 가능하다. 만점의 70% 이상을 득점하면 합격하는 절대평가제로 운영하는 데다가 통과율이 90%를 넘기 때문인지 대부분 로스쿨에서는 1주에 한 시간 1학점짜리 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1시간 강의의 경우, 한 학기 15주 동안 변호사법과 변호사윤리장전 등 관련 조문 중심으로 강의하기도 빠듯하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법조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학점이지만 1주에 3시간을 강의하고 있다. 3시간 동안에는 법조윤리에 녹아있는 법조계의 역사와 현실, 다양한 사례 등을 풍부히 설명할 수 있어서 예비법조인인 로스쿨생들의 직업윤리 확립에 효과적이고 의미가 있다. 법조윤리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다른 로스쿨도 강의 시간을 늘리고 이론뿐만 아니라 최근 현장의 생생한 실무를 경험한 교수들을 초빙하여 강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높다.
직무윤리가 법률상 시험과목으로 되어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다른 전문직과 달리 변호사가 되기 위해 윤리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고, 시험 칠 것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변호사법 제1조에서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을 만큼 변호사 업무에 공익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위임관계이다. 이러한 위임관계에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발생한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란 다른 사람의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경우 일반적·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말하는데, 변호사에게는 일반적인 위임관계에서 발생하는 주의의무보다 훨씬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깊은 신뢰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조윤리교육은 변호사시험 과목뿐만 아니라 실제 변호사로 활동하는 기간 계속하여 실시되고 있다. 변호사는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변호사법 제85조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하는 연수교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만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연수교육에는 반드시 법조윤리과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처럼 법조윤리가 강조되고 있는데도 현실에 있어서는 변호사에 의하여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속칭 전관예우이다. 판검사로 누리던 권력을 돈으로 치유 받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아직도 전관임을 내세워 궁박한 처지에 있는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대가 이상의 수임료를 뜯어내는 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니라 비리이자 범죄이다.
윤리는 결코 한순간에 완성되거나 성적순으로 결정될 수 없다. 끊임없이 교육받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로스쿨과 대한변협에서 실시되고 있는 법조윤리교육은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법관과 검사의 직무윤리에 대하여도 현재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강화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 대접 받고 살아가는 법조인들이 국민에게 제대로 된 봉사를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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