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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 국회의원 (국민의힘) |
'전주 뽑기' '손톱 밑 가시 뽑기' '규제 샌드박스'. 모두가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규제개혁이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이전 정부들의 믿음 혹은 정책적 의지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개월간 688개 과제의 규제혁신을 완료했다고 한다. 하루 2개 이상 규제를 푼 결과, 향후 5년 내 34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전망이라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밝혔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기존 30만㎡ 미만에서 100만㎡ 미만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지역의 개발수요를 적기에 대응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추진계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에 개최된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정부에 대한 규제 완화 요청에 대해 "지방정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제가 여러분보다 더 혁명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대통령이 언급한 '혁명적 생각'이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획기적인 관계 재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국가가 도맡아 왔던 일들을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맡아 수행해 지방정부 주도의 상향식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또 지방정부 주도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중앙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 지자체 스스로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 대처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혁신과 지방소멸 대응의 성공 척도는 중앙 권한이 얼마만큼 지방으로 이양될지에 달려 있다.
다시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 문제로 돌아와 보면, 2018년 이후 5년간 해제된 그린벨트 면적 51㎢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43㎢에 달했으나 비수도권은 8㎢에 불과했다. 비록 정부가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는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 규모를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국토균형발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또 개발제한구역 해제 시 국토교통부 사전협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 등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지역 현안들을 적기에 시행하기가 어렵다. 필자는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 완화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도시 용지의 적절한 공급과 도시의 균형성장을 위해 필요한 지역에 일정 규모 이하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그린벨트 해제 면적의 약 84% 이상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민낯을 보여 준 것이다. 결국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위임해 지자체장이 지역 여건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해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취지이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자체장에게 해제 권한 확대를 부여하는 것만으로 수십 년간의 불합리함이 한순간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해제 총량 확대와 해제기준·행위 허가기준 완화 등 중·단기과제에서부터 비수도권 지역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전면 해제 또는 관련 재량권을 지방정부에 전면 이양하는 방안까지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국토이용 규제변화 요구에 '중앙 권한 지방 이양'을 거듭 강조하며 '지방 살리기'를 국정철학 중심에 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관계부처가 정책 혁신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정희용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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