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의 자연과 환경] 세계 물의 날과 블루골드

  • 정성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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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2 06:41  |  수정 2023-04-12 06:51  |  발행일 2023-04-12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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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화학과 교수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이 1992년 12월 제47차 총회에서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22일을 전후하여 많은 지자체 및 기업체 등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었다.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필요한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약 20억명은 오염된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지구의 물의 총량은 매우 많으나 대부분이 바닷물이고, 민물과 강물의 비율은 전체 물의 양 대비 불과 2.5%와 1.5PPM이다. 특히 모든 물 100만개 중에서 1.5개에 불과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강물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자원이다.

우리나라에는 1986~2015년 사이에 매년 약 1천300㎜의 비가 내려 세계 평균인 810㎜보다 많은 수준이나 인구 밀도가 높고 국토는 좁아 1인당 연간 총강수량은 2천550㎥로 세계 평균인 1만5천40㎥의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국토의 70%는 산지이고 경사가 심하여 물이 바다로 쉽게 흘러가 저비용으로 쉽게 이용 가능한 물은 많지 않다. 최근 "남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 등의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고려하면 이런 현상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고 물의 오염 가능성과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물은 더욱 귀해질 것이다. 특히 경북과 대구는 국내에서 비가 가장 적은 지역이며 낙동강의 수질은 다른 강들에 비해 좋지 못하고 1991년 페놀부터 2018년 과불화 화합물의 누출까지 화학물질에 의한 수질 오염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민물의 수요에 비해 사용 가능한 수자원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기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세기가 블랙골드(black gold·검은 황금·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blue gold·푸른 황금·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이제는 민물은 금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예로,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900조원을 상회하며 이는 약 500조원의 세계 반도체 시장 대비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제 우리 모두, 물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자원임을 명심하고,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오염시킨 물을 정화하는 데에는 보통 수만 배의 물이 필요하고, 미세플라스틱이나 과불화 화합물처럼 정화가 매우 어려운 성분도 늘어나고 있다.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생존을 위해 한 방울의 물도 아껴야겠다.경북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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