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내일은 없다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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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7  |  수정 2023-04-07 07:37  |  발행일 2023-04-07 제16면

[정만진의 문학 향기] 내일은 없다
정만진 (소설가)

1889년 4월7일 칠레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태어났다. 미스트랄은 중남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문인이다. 그녀는 15세부터 33세까지 교사로 일했고, 그 후에는 외교관 생활을 했다.

교사 시절 미스트랄은 자신에 이어 두 번째로 중남미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성장하는 파블로 네루다를 제자로 만났다. 그녀는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는 것으로 네루다의 문학 수업을 시작했다.

외교관 시절 미스트랄은 어린 시절 아주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던 자신의 지난날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어려운 환경에 빠져 있는 사람들과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1945년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미스트랄은 '아마도 내가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대표해왔기 때문인가 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빵을 가지러 가는 네 손을 낮추어라/ 네 엄마가 자신의 손을 낮추었듯이/ 아들아, 밀은 공기로 된 것이고/ 햇빛과 괭이로 된 것이란다" "이 빵은/ 모든 식탁에 놓여 있는 게 아니란다/ 다른 아이들이 그걸 갖지 못했다면/ 아들아, 그걸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

'집'의 일부이다. 너무나 착하고 온유한 어머니가 자녀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자랐으니 아이가 '작은 일꾼'의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엄마/ 이 다음에 커서 나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일꾼이 될 거예요/ 바람에 춤추는 보리이삭처럼/ 내 팔뚝은 아주 튼실하게 자라날 거예요/ 힘이 불쑥불쑥 생기면 내 손으로/ 예쁜 집 한 채 지어 드릴게요"

"포도송이 알알이 영글게 해서/ 엄마 마음껏 드시도록 내놓을 게요/ 꿀보다 더 달고 향내 가득한 과일도요/ 풀돗자리 만들 때면/ 엄마 대신 내가 짜 드릴게요/ 그리고 풍차 집도 지어 드릴게요"

미스트랄의 시 중에는 학교와 거리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해온 교육자가 반드시 가슴에 담아두고 날마다 곱씹어야 할 작품도 있다.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전문을 읽어본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 당장 채워져야 한다/ 많은 것들이 우리를 기다려주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내일'을 말하지 말라/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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