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멍멍

  • 김단희 국악인·서도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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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5  |  수정 2023-04-05 07:54  |  발행일 2023-04-05 제16면

[문화산책] 멍멍
김단희 <국악인·서도소리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동물학 교수인 제임스 서펠은 '개의 기원: 생물학적 관점' 논문을 통해 인류와 개의 관계가 최소 1만2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다고 발표했다. 예부터 개는 가축을 보호하며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주고 집을 지키며 사냥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삶을 나누고 충실함과 사랑스러움을 경험하며, 어느덧 큰 위로와 행복을 주는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개의 역할을 그린 전통민요가 있다. 바로 '개 타령'이다.

"개야 개야 검둥개야, 개야 개야 바둑개야, 얼룩개야, 가랑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짖지를 마라. 멍멍! 멍멍! 짖지를 마라." 개 타령은 경남 통영의 민요로 단순한 멜로디와 간결한 노랫말을 담고 있는데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며, 보호와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필자는 대학 시절 판소리, 가야금병창, 민요 전공의 선후배들과 함께 개타령을 국악 아카펠라로 준비하여 공연한 적이 있다. 악보를 보고 부르며 한 명씩 강아지 소리를 낸다. 누가 더 강아지 소리를 잘 소화할까.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강아지 소리를 차례로 화음을 쌓듯이 '멍멍!' 소리를 내며 재미를 느꼈는데, 아카펠라인 만큼 완벽한 화음으로 소화해 웃음을 자아냈다.

개와 관련된 음악은 전통민요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음악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수 10㎝는 'pet'을, 가수 Colde는 'Your Dog Loves You'라는 음악을 발매하며 반려인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에서는 '강아지의 분리 불안을 도와주는 음악' 등 반려견을 위한 음악 리스트가 만들어지며, 듣는 이들은 자신의 반려견에게 음악을 틀어주고 답글에는 반려견에게 편지를 쓰는 애정 어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애정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10만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하며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필자는 '포인핸드'라는 웹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보는데 이곳에서는 반려견의 실종신고 및 유기견의 생존 여부를 하트 또는 국화 표시로 알려준다.

반려견을 양육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결정에는 막대한 책임감이 함께 따른다. 동물의 복지와 보호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인 만큼 스웨덴이나 독일과 같이 반려견의 복지와 존엄성이 중요시되는 나라들을 보며 우리도 적어도 최소한의 배려와 생명을 보장하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이 세상 모든 개들, 파이팅! 멍멍!
김단희<국악인·서도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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