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낭만 할머니들...영남내방가사연구회, 화전놀이하며 가사를 읽다

  • 조경희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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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4 11:24  |  수정 2023-08-09 08:46  |  발행일 2023-04-05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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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찹쌀가루를 반죽해 즉석에서 꽃잎을 얹어 화전을 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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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 하빈면 조명자씨 집에서 화전놀이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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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대구 아리랑'을 부르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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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곱게 부친 화전.
"꽃이 만발하고 물이 흐르는 산과 들로 나가 화전가를 읽으며 노는 우리가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영남내방가사연구회(회장 장향규)가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 하빈면 남헌(南軒) 조명자(78)씨 집에서 회원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섯 번째 화전놀이(꽃달임)를 열었다. 이날 화전놀이는 조씨의 주택 마당에 자리를 깔면서 시작됐다. 회원들은 곱게 차려 입은 한복에 앞치마를 둘렀다. 꽃잎을 따오고, 찹쌀가루를 반죽하고, 진달래 꽃잎을 얹은 화전을 구웠다. 또 찹쌀가루로 반죽을 하고 절구에 찧어 콩가루를 묻혀 떡을 만들어 냈다. 금잔화 꽃차를 노랗게 우려 봄볕에 상을 차렸다.


화전놀이 첫 순서를 맡은 가화(佳禾) 이만식(82)씨가 '청송 안덕 화전가'를 읽고 이어 조명자씨가 윗대 시증조부(김락기)가 남긴 '춘유가'를 읽었다. 모임당 권순자씨가 조씨에게 '계묘년 화전가'를 지어 전달하기도 했다. 가사를 읽은 후에는 다 같이 '대구 아리랑'을 부르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얼키설키 우리 인생 남은 여생 멀잖아요/ 뜀박질도 안 했는데 팔십 세월 웬말인고/ 생애 봄은 지났지만 즐기는 봄 오늘이라/ 봄이 왔네 봄이 왔네 계묘신춘 봄이 왔네/ 꽃아 꽃아 지지마라 우리 함께 지지말자'


영남내방가사연구회 장항규 회장은 화전놀이에 대해 "봄날 하루 꽃놀이를 하며 1년을 견뎌낼 에너지를 축적하고 적울함을 방출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상으로는 신라시대부터 현재까지 내려온 풍습으로, 여인들이 공식적으로 1년에 한 번 진달래 피는 절기에 맞춰 산과 들로 나가 종일 꽃전을 부쳐 먹으며 놀던 회취였다. 일제강점기에도, 심지어 6·25전쟁 때도 행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화전놀이는 전국적으로 행해졌지만 유독 대구경북 여성들만 화전가를 지어 읽었다. 영남의 명문대가 집안 여인들은 어머니 혹은 할머니에게서 전해진 한글 내방가사를 통해 문학과 역사를 전승했다. 또한 가사를 통해 시집살이의 어려움과 극도로 제한된 여성적 삶의 고통을 승화시켰다. 세계에서 유일한 '집단여성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작년 11월에는 안동지역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나이 많은 회원의 건강이 한 해가 다르다. 긴 글을 읽기에도 벅차다. 이들은 젊은 사람이 좀 더 많이 회원으로 가입해 영남내방가사연구회가 잘 이어져가기를 소망했다. 장 회장은 "온갖 봄꽃들이 만발하고 바람 잔잔한 우리들의 오늘을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목표는 작품집 발간하기, 해외 공연하기, 가사문학관 설립이다. 회원 상호 간의 화합과 친목, 도움으로 위의 세 가지 목표를 향해 힘껏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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