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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객원논설위원 |
작년 3월 프랑스 최대 식품기업인 다농그룹 CEO 에마뉘엘 파베르 회장이 해임됐다. 파베르 회장은 2014년부터 탄소 저감체제를 도입하고 탄소조정 주당 순이익제도를 시행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 경영의 전도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2020년 다농의 매출은 10%, 주가는 30%나 하락하고 CEO에서 해임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건은 ESG 경영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주주 이익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주주가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많은 이익을 내서 주가를 올리고 더 많은 배당을 해줄 것을 기대해서다. 반면 ESG 경영은 주주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도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주주와 이해관계자 간 가치충돌의 조정에 ESG 경영의 앞날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2021년 1월 금융위원회는 유럽연합(EU)이 선도하는 글로벌 ESG 파도에 대응하여 2025년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부터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자체 ESG 경영에 나서면서 중견기업도 어렵사리 따라가고 있지만, 대기업의 ESG 평가 기준은 중소기업이 시행하기에는 상당히 전문적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 경영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이 무려 89.4%로 나타났다. ESG 평가를 요구한 거래처는 '대기업'이 77.8%로 가장 많았지만(해외 거래처 22.2%), '지원이 거의 없다'는 답변이 84.3%로 조사됐다. 많은 비용과 전문 인력이 요구되지만 지원은 거의 없다는 것으로, 특히 수출기업은 국내 평가보다 강화된 평가기준이 적용되면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나 해외 거래처 등으로부터 ESG 평가 자료 제출을 요구받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정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석학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에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별 기업은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그럴 능력도 없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을 위해서는 자신의 경영전략에 맞는 특정한 문제를 찾아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중소기업 ESG 경영을 위해 두 가지 정책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최고경영자가 ESG 경영 추진의지를 사내 메시지나 언론 기고를 통해 명시적으로 밝히고,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활동에 주력을 하는 것이다. ESG 경영의 핵심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되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사내 채용과정의 투명성 제고, 불공정 관행 제거 등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 ESG가 일방적인 평가가 아닌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 도구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12조 환경경영협력 촉진 사항을 의무화하고, 4조 2항 기본계획 내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소기업이 주축인 지방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대구와 경남에서 활성화된 지자체 주도의 ESG 경영 컨설팅 지원사업의 확대와 금융기관 가산점제도를 함께 연동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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