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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베네치아가 물난리에서 해방되었을까. 시민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작년 11월에 6m의 파도가 일고 해수면은 지난 1백년 기록에서 셋째로 높은 165㎝까지 상승했다. 그 정도라면 인명피해, 교통마비, 경제침체가 있었겠으나 거의 피해가 없었다. 배수펌프를 가동하지 않아도 됐고 시민은 수상버스에서 신문을 읽었고 아이들은 쪼르르 학교로 달려갔다. '모세'라는 시험가동 중인 방파제 덕택이었다. 이 방파제 건설은 지난 50년간의 소모적인 정쟁, 의혹, 비리의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었다. 사실 그 도시가 생겨난 이후 1천5백년간의 숙원 사업이었다. 2020년 10월에 완성하여 현재 시험가동 중이며 2025년에 본격적인 가동을 한다. 20년 동안 쏟아부은 돈이 53억달러였다.
베네치아는 석호 안에 있는 수상도시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관광명소인 산마르코 광장까지 물에 잠기고 일류 호텔 로비에 신문꽂이가 떠다닌다. 이 석호는 아주 좁고 긴 섬들로 에워싸여 있지만 아드리아해 쪽으로 네 곳이 터져 있다. 공학자들은 이곳에 총연장 1.6㎞의 가변식 방파제 78개를 설치하였다. 평상시에는 이것에 해수를 채워 바닥에 착 가라앉아 있게 하지만 해수면이 높아지면 물을 빼고 공기를 주입하여 일으켜 세운다. 이것이 갑문처럼 바깥 바닷물을 차단하여 석호 안 해수면의 상승을 막아 준다. 오래 차단하면 석호가 썩어 악취가 나기 때문에 차단하는 횟수를 일 년에 5번 정도로 한정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시험가동 중 49회나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도시 전체 기반도 매년 2㎜씩 내려앉고 있어 이 도시의 앞날은 여전히 막막하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베네치아는 석호 안에 있는 수상도시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관광명소인 산마르코 광장까지 물에 잠기고 일류 호텔 로비에 신문꽂이가 떠다닌다. 이 석호는 아주 좁고 긴 섬들로 에워싸여 있지만 아드리아해 쪽으로 네 곳이 터져 있다. 공학자들은 이곳에 총연장 1.6㎞의 가변식 방파제 78개를 설치하였다. 평상시에는 이것에 해수를 채워 바닥에 착 가라앉아 있게 하지만 해수면이 높아지면 물을 빼고 공기를 주입하여 일으켜 세운다. 이것이 갑문처럼 바깥 바닷물을 차단하여 석호 안 해수면의 상승을 막아 준다. 오래 차단하면 석호가 썩어 악취가 나기 때문에 차단하는 횟수를 일 년에 5번 정도로 한정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시험가동 중 49회나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도시 전체 기반도 매년 2㎜씩 내려앉고 있어 이 도시의 앞날은 여전히 막막하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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