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무대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총선 결과가 곧 윤석열 정부의 성공 또는 실패로 귀결될 수 있어 사활을 걸고 있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 탈환' 여부도 엿볼 수 있다. 여야 간 치열한 수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꺼내들 카드는 '거야(巨野) 불가론'이다. '소수 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 출범 만 1년이 다 돼가도록 '여소야대(與小野大)' 한계를 넘지 못하고 국정 과제 입법 대부분이 좌절되고 있다. 후반기에 적어도 절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의회 균형추가 기울어지게 된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동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임기 반환점도 돌지 못한 시점에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 정권 재창출도 장담하기 힘들다. 반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총선 결과에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린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 승리'를 끝없이 강조하면서 당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지난 7일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근 당 내부에서 잡음이 이어지자,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며 군기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대선과 지선에서 연이어 패배해 중앙·지방 권력을 내어준 더불어민주당은 '3연패'는 없다는 각오 아래 '원팀 전략'으로 총선 준비에 임하고 있다. 민주당에게는 의회 권력 유지가 '최후의 보루'다. 또 다음 총선을 승리해야 정권 탈환의 가능성이 열린다. 민주당이 내세울 카드는 '정권 심판론'이다. 외교정책을 비롯해 인사 참사, 경제정책 등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승패를 결정할 가장 강력한 요인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다음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사실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꺼내는 건 예외적인 상황이다"라며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낮아서 심판론을 제기할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현재의 지지율은 (여당 후보가) 윤 대통령에 대해 선을 긋는 선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못지 않은 변수다. 장 교수는 "야당의 이재명 지도부 존속 여부가 다음 총선의 변수가 될 거다. 여당이 그나마 이 지지율이 가능한 것은 '카운터파트'가 이재명 대표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무당층의 증가로 '제3 지대'의 출현 여부가 관심이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채장수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지금 상황에서는 여당 내 어떤 전선이 형성될 수 있을지언정, 제3 지대가 형성되기는 어렵다. 그걸 이끌 지도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선거제 개편도 변수인데, 여야 의원들의 입장 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의 조재목 회장은 "선거를 고작 1년 앞둔 시점에서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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