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7강: 4월27일〉 뮤지엄을 통해 본 동아시아 도시의 잠재적 가치

  •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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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8  |  수정 2023-04-18 07:45  |  발행일 2023-04-18 제14면
"日 후쿠오카 박물관 시민과 소통

대구, 청년과 역사 접점 늘려야"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공동 시민강좌 - 매주 목요일 오후 6시30분 대구생활문화센터

[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7강: 4월27일〉 뮤지엄을 통해 본 동아시아 도시의 잠재적 가치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서양의 오랜 타자였던 동양을 두고 영국시인 R. 키플링은 "동양과 서양 이 쌍둥이들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리"라고 노래했지만, 백남준의 작품 '바이 바이 키플링'으로 허사(虛辭)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다시 정의될 아시아는 이제까지 알고 있던 아시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고들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많은 도시를 '창조도시'로 발 빠르게 출발시켰고, 도시환경보다도 문화적 환경에서 창의성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시민은 도시의 역사적 맥락과 지역 문화의 독특함을 이어가지 못하면 '경험의 소비시대'를 향한 꾸준한 변화는 진행되지 않을 거라 우려하고 있었다.

문화유산으로 도시 이해 높여
지역 이야기 예술작품에 담아
시민들 역사 통해 책임감 배워
도시가 젊은이들에 유도해야

명치유신 이래 '탈아입구(脫亞入歐)' 노선을 택했던 일본의 새로운 선택은 '탈구입아(脫歐入亞)'인 듯 보인다. 이걸 후쿠오카 시민들은 문화적 교류 확대 때문이라 생각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겪었고 먼저 실험하고, 먼저 절망하고 먼저 희망을 찾았다. 21세기에 들면서 후쿠오카는 '아시아의 현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고, '도시의 매력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오만한 캐치프레이즈가 곳곳에서 단순히 '오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은 다른 문화와 충돌하고, 모방하고, 융합함으로써 문화가 발전한다고 생각했고, 후쿠오카는 자신의 문화와 독창성을 발전시킴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개발하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예술적이거나 전통적인 활동의 지원에 늘 적극적인 이 도시는 국제공항의 이름은 후쿠오카(福岡), 기차역의 이름은 하카타(博多)이다. '모두를 위한 예술, 미래를 위한 예술'이라는 예술문화진흥 비전으로 다양한 시민 활동, 예술·문화를 통한 도시브랜드의 출발을 알린 후쿠오카는 어느새 많은 수의 문화 관련 시설, 특히 극장과 박물관을 자랑삼는 도시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도시를 알게 할 박물관이 지금도 과거는 낯설게 다루고, 현재는 회피하며, 미래는 무시하고 있다"는 어느 전문가의 표현은 박물관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한 도시의 가치를 그 역사가 담긴 박물관이 오롯이 드러내 보이기란 쉽지 않겠지만, 후쿠오카와 인근 박물관 세 곳이 보여주는 잠재 가치는 부럽기 그지없다.

먼저 '향토역사를 올바르고 알기 쉽게 전시하며,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시민과의 소통의 장이 되고, 향토의 역사와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자리매김하여 후쿠오카를 올바르게 이해시키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는 '후쿠오카 시립박물관'의 이념은 결코 허언이 아님을 전시장에서 알게 한다. 그리고 '간몬해협박물관'은 수많은 사건의 무대인 지역의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모지항의 변화를 레트로 분위기로 보여준다. 또한 전쟁의 역사를 표현한 최첨단 애니메이션 영상에서도 역사가 주는 큰 선물을 받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후쿠오카현 다자이후(太宰府)의 '규슈국립박물관'은 '일본은 아시아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독자적 문화를 형성해 왔는가'를 콘셉트로 2005년에 개관한 네 번째 국립박물관으로 '바다의 길, 아시아의 길'이라는 슬로건을 테마로 한 상설전시로 일본의 교류사를 드라마틱하게 체감할 수 있다. 박물관 1층의 어린이박물관 '아짓파'에서는 '다문화-공존'을 전해주고 있다.

1266년 동안 한 이름으로 존재해 온 '대구'를 우리는 어느 곳에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할 자존감이 결여된 도시는 책임감을 갖기 어렵고, 책임감이 결여된 시민이 정의롭기는 더욱 어려운 법. 역사를 사랑한다지만 알지 못하고, 알았으되 힘들어했다면 대구는 지금 몇 시인가.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은 청춘세대와 역사의 접점을 어떻게 더 늘려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로 하여금 바른 역사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수업인지를 경험케 했으면 좋겠다. 어디에 있든 박물관은 이상적인 학교이기 때문이다. 김정학<대구교육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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