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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지〈작가〉 |
1930년 미국의 미술수집가 앨버트 반스는 마티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반스 재단 중앙 홀에 들어갈 벽화를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마티스는 큰 창고를 빌려 작업을 시작했고 3년 뒤 완성된 작품이 재단의 벽면에 설치되었다. 이 작품이 벽화 'The Dance'이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뮤지엄에서 마티스 회고전이 열렸다. 약 140여 전시작 속에는 벽화 'The Dance'를 위한 드로잉 연작들이 포함되었다. 감상자는 전시를 통해 새로운 모티브를 시각적으로 구축하는 화가의 여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같은 해, 95세 고령의 알렉스 카츠가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전시회 'Gathering'을 열었다. 전시회에는 유화, 판화, 스케치 등 154점의 작품들이 '모였다(Gathering)'. 현재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인 카츠는 과거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천재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는 대신 그림을 그렸다. 2012년 85세였던 화가는 테이트 미술관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했던 것만큼 그림을 그린다(I'm painting as much as I ever did)."
사람들은 예술가의 모습을 술에 취한 장승업이나 귀를 잘라버린 고흐의 일면으로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명장들의 삶은 오히려 절제와 규칙으로 견고해진 수도자와 같다. 새로운 형식(cut-out)을 완성하는 마티스와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카츠의 삶이 어떤가.
정진한 화가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화가의 삶에 존경심이 생기는 까닭은 운이나 타고난 재주에 의탁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난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이웃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백프라자를 지나 동성로로 가는 길에 김밥집이 있었다. 그 가게는 새벽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었다. 정해진 시간 외에 문을 닫는 법이 없었다. 주인은 자신의 성실한 하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묵묵히 아침을 맞이하는 한 사람의 시작이 수도자의 기도와 다를 것도 없다.
위대한 삶은 멀리 있지 않다. 누군가의 인생도 알려지지 않은 업적의 축적이다. 서로 별개인 듯 보이는 각자의 삶은 서로 연대하며 다른 개인의 삶을 지지하고 지탱한다. 그래서 삶은 더욱 의미가 있다. 게다가You Only Live Once, 우리 모두에게 단 한 번 주어지기 때문이다.정연지〈작가〉

정연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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