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벚꽃 핀 지방대학 캠퍼스

  •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 |
  • 입력 2023-04-11  |  수정 2023-04-11 06:57  |  발행일 2023-04-11 제23면
[시시각각(時時刻刻)] 벚꽃 핀 지방대학 캠퍼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올해는 벚꽃이 유난히 일찍 피고 일찍 졌다고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도 이제 끝자락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캠퍼스 생활을 시작한 신입생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활달한 모습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학들의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율과 대학재정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도 입학정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각종 통계에 의하면 2024년에는 미달 인원이 10만1천여 명에 이르고, 지방대의 10%는 충원율이 50%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입생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어서 대학경영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의 경영상태가 악화하면서 신임 교수도 거의 채용하지 못하고 계약직 교원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우스갯소리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 대학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며, 많은 부정적 결과가 드러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가운데 대학교수를 꿈꾸는 인재들이 줄고 외국인 학생들로 대학원을 유지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학문탐구의 역량도 낮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의 국제경쟁력도 눈에 보이지 않게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인재 하나를 키우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시스템의 문제점 역시 한순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병폐가 드러난다.

지금,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의 변화와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학교육 개혁안들은 제대로 추진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축냈으며,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시기에 이르렀지만, 일반 시민의 피부에 와닿는 일이 아니어서 아직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지금의 이 절박함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먼저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대학의 문제가 단순히 대학의 재정과 신입생 충원율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입시제도와 출생률 그리고 부실대학의 퇴로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출생률과 대학입시제도 개선에서부터 부실대학의 퇴로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부실대학의 퇴로를 열어놓지 않고는 아무리 대학개혁을 시도하더라도 사립대학교가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지금은 부실대학을 사회의 수요에 맞는 다른 공익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는 2011년부터 시행되던 대학역량평가진단에서 2025년부터는 기관평가인증제도로 전환하여 부실대학을 퇴출한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강제로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방안과 더불어 대학이 다른 공익법인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방안들을 함께 제시할 때 대학개혁은 어느 정도 활로를 찾게 될 것이다. 여기에 공교육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개발하고 교육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면, 교육의 국제경쟁력도 상승할 것이며, 교육비에서 해방된 학부모들은 노후대책의 여유마저 가질 것이다. 내년에는 활짝 핀 벚꽃 아래 모든 대학이 희망과 기쁨을 누리길 기대해 본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