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구국제마라톤이 되려면

  • 김응환 (대구육상연맹 생활체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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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3 07:55  |  수정 2023-04-13 10:49  |  발행일 2023-04-13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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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환 (대구육상연맹 생활체육위원)

올해 22회째를 맞이한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4월2일 대구시내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회 당일 시상식에서 내년도부터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우승상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다음 날 대구시 간부회의에서는 한 발 더 나가 보스턴마라톤대회를 능가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회로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육상인으로서 적극 환영하지만, 한편으론 지금까지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걸어온 역사와 대구지역 마라톤 마니아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선 우려되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그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초창기엔 대구스타디움을 출발지로 하프코스·10㎞·5㎞ 등 3개 종목으로 진행됐으며, '풀코스'는 2007년부터 채택됐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2011년부터는 출발지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옮기고 지금의 수성구 일원을 세 번 순환하는, 이른바 '루프코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루프코스는 수성구 일원을 교통섬으로 만들면서 민원이 폭증하게 됐다. 이에 시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마스터스 참가 자격을 2015년에는 3시간 이내, 2016~2017년에는 3시간30분 이내 기록자에게만 부여하기에 이른다. 세계 어디에도 이 같은 기록 제한이 있는 대회는 없다. 그러다가 2018년도부터는 아예 마스터스 풀코스를 폐지해 지금에 이르렀다.

필자는 대구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마라톤대회 개최를 준비하면서 혹시나 톱클래스 기록을 가진 엘리트 선수 초청을 통해 이루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할 점은 몇몇 마라톤 강국의 엘리트 선수 초청이 아닌 마라톤을 좋아하는 일반인의 참가 규모다. 풀코스 참가자 수가 세계적 대회처럼 3만명 이상은 아니더라도 최소 1만명 이상이라도 참가하는 대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탁 트인 달구벌대로를 세계 각국에서 온 주자들이 힘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마라톤의 꽃은 누가 뭐래도 풀코스다. 지금까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마스터스 참가자 수를 살펴보면 풀코스는 제쳐두고라도 하프코스조차 2천명을 넘기기 어려웠다. 대구시는 매년 1만명이 넘는 10㎞, 5㎞ 참가자들을 보고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출발지를 대구스타디움으로 한다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대구에서 주차장 등 대회 인프라를 갖춘 곳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스가 시내를 관통하는 데도 동의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회는 대부분 그 지방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고, 실제 도시 홍보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구는 세계육상도시다. 모처럼 홍준표 시장이 야심 차게 발표한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세계 유수의 메이저 마라톤대회를 벤치마킹하고, 그 계획의 여정에 일반 마니아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김응환 (대구육상연맹 생활체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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