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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건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 |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었다. 마약은 이른바 '뽕쟁이'나 몰래 숨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한 마약류 범죄가 스멀스멀 늘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전 국민을 경악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고생에게 필로폰 등을 태운 음료를 건넨 뒤 학부모에게 돈을 달라고 협박전화를 한 것이다. 현재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 중에 있는데, 해외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다를 바 없다.
마약범죄는 과거엔 암수(暗數)범죄, 밀행(密行)범죄로 거론되는 대표적 범죄였다. 최근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검거한 사건으로, 주택가나 모텔 등에서 몰래 숨어 필로폰을 거래·투약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마치 온라인 쇼핑몰처럼 버젓이 마약류를 판매하고,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식욕억제제를 다이어트약이라고 속여 판다. 10대 청소년에게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라며 마약 음료를 건넨다. 온라인에서 공공연하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에 모든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청소년 마약류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검찰·세관 등 7개 유관기관과 수사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대적 단속과 함께 마약류 예방교육이 있을 예정이다.
국민, 특히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대구 수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추진 중인 '마약 나뽀(Not Four)' 운동이 주목된다. 청소년이 SNS 등을 통해 마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유명인 마약 복용' '청소년 마약음료 사건' 등으로 마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위험 수준에 있다고 판단해 예방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추진하는 운동이다. '나뽀', 즉 네 가지 해서는 안 될 일은 △호기심에 마약 관련 검색하지 않기 △고수익 미끼에 넘어가 마약운반(속칭 드로퍼) 하지 않기 △SNS 등을 통해 모르는 약물 구매 안 하기 △친구에게 모르는 약물 권하지 않기 등이다.
마약범죄수사계 수사관은 학생을 상대로 나뽀를 알리는 등 예방교육에 나선다. 지난 11일 수성구 학원가에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관계기관과 합동 캠페인을 펼친 것도 이 운동의 일환이다. 학부모와 학생이 나뽀를 실천하고, 절대 마약류를 취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마약은 그냥 '약'이 아니라 한 번만 접해도 뇌가 망가져 평생 고통받는 금단의 물질이다. 앞으로 대구경찰과 관계기관은 마약범죄 단속과 예방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김무건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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