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4050 은퇴 준비 (2) 은퇴자신감 높이는 1순위는 '건강'…원만한 가족 관계·여가 활동도 영향 커

  • 홍석천,장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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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1 07:16  |  수정 2023-04-21 07:17  |  발행일 2023-04-21 제34면
日 부흥기 이후 '탕 안의 개구리 세대'
직면할 위험 인지 못한채 서서히 죽음
한국 4050 사회·경제적 데칼코마니
치매·뇌혈관·심혈관·암 順 질병 우려
보험 보유·정서 안정이 자신감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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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대나무가 휘어지지 않고 곧게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마디 때문이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표현이 있듯이 대나무의 성장은 참 빠르다. 그러나 늘 성장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기다리며 마디를 틀어 다음 줄기를 짓기 위한 기초를 꾸민다.

즉 대나무의 마디는 성장을 멈춘 결과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보다는 때론 잠시 멈춰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혜를 준다.

은퇴를 5~7년 앞둔 4말5초도 잠깐 멈춰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은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면 경제적으로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 은퇴 이후의 생활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 경계해야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조만간 직면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다. 아주 점진적으로 증폭되는 위험에 개구리는 반응하지 못해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 기후 위기가 찾아오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비유에 자주 쓰인다.

일본에서 베이비부머를 '단카이 세대'라고 부른다면 대략 이보다 10년 늦은 세대를 '탕 안의 개구리 세대'라고 한다. 탕 안의 개구리는 따뜻한 것이 좋아 탈출하지 않고 있다가 죽게 되는 운명을 말한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에 따르면 개구리 세대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우선 임금 피크를 맞는 세대다. 단카이 세대는 종신고용제가 유지될 때 직장을 다녔지만 이후 세대는 임금 피크를 맞이하게 되면서 은퇴 직전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맞고 있다. 자녀 결혼 등 지출이 많아질 때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재정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그렇지만 줄어든 소득을 보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은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세대다. 일본의 버블 붕괴와 장기 저성장이 진행되던 1990~2000년대에 30~40대였던 이들이 한창 자산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소시민의 소박한 재테크 수단인 저축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예금 금리가 '제로'였기 때문이다. 단카이 세대는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자산을 늘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개구리 세대'는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개구리 세대는 지금 당장은 별 어려움이 없을 수 있지만 은퇴를 전후해 시간이 갈수록 사정이 어려워진다. 개구리가 따뜻한 물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여가를 적극적으로 즐기지 못하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선술집에서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이다. 지금 잘나가는 친구들이 이전에는 자기와 별다를 게 없었다는 둥의 이야기들로 위안을 삼는다. 탕 안을 탈출하려는 의지마저 없는 것이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문제는 우리나라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일본의 개구리 세대와 데칼코마니 같은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우리나라의 2차 베이비부머는 은퇴를 앞둔 현 상황에서 일본의 개구리 세대와는 어떤 차이점을 보이고 있을까.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는 얼마 전 '은퇴자신감 서베이'를 진행한 바 있다. 국내 4050세대 직장인의 은퇴 준비에 대한 자신감 수준을 점검하고, 은퇴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재무적·비재무적 요소를 파악했다.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신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건강'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질병은 '치매 및 뇌혈관 질환'(40.4%)이었으며, '심혈관 질환'(29.1%), '암'(26.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들이 꼽은 은퇴자신감 저해 요인 역시 '건강'이었다. 응답자의 37.3%가 은퇴자신감 저해요인으로 '건강 우려'를 꼽았으며, '은퇴자산 부족'(21.8%), '노년의 외로움'(12.4%) 등을 크게 앞섰다.

대체로 건강 악화로 인한 재정적 위험은 보험 가입을 통해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험 보유 여부에 따라 은퇴자신감이 달라졌다.

'보험을 갖추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은퇴자신감 점수는 평균 6.2점(10점 만점)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균인 4.5점보다 1.7점 더 높았다. 건강 우려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 가입 여부만으로 은퇴자신감 점수가 높아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가족과 주변과의 관계 등 정서적 요인이 안정적일수록 은퇴자신감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은퇴자신감 점수가 6점 이상인 경우 가족을 비롯한 주변과의 관계가 원만한 것으로 응답한 비중이 70% 이상인 반면 3점 이하로 은퇴자신감 점수를 매긴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가족이나 주변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은퇴자신감을 높이는 데에는 여가활동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신감 점수가 6점 이상인 응답자의 60% 이상이 취미 등 다른 사람과 즐길만한 일이 많다고 응답했다. 반면 은퇴자신감 점수가 4점 이하인 경우 그 비중은 40% 미만으로 낮아졌다.

직장인들은 은퇴자신감을 개선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원만한 가족관계'(15.9%)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은퇴 후 재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및 직업교육'(14.5%)과 '은퇴자 자산관리서비스'(11%) 등도 뒤를 이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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