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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
주말에 서울 강남에 일이 생겨서 기차를 타고 가다 보니 해당 지역에 대한 검색을 많이 해서인지 기사 추천 알고리즘이 갑자기 사교육 과열지구의 '초등 의대 준비반'과 관련된 기사를 필자에게 제공하였다. 제목부터 소름 끼치고 끔찍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들도 교육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 본 사람들일 텐데 학생들의 미래를 본인들의 영리 수단으로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필자 역시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교육에 관해서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지만, 어른의 기준으로 재단하여 아이들에게 강요된 미래를 준비하도록 몰아넣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믿는다. 마침 초등학생인 딸아이의 같은 반 친구 중 일부가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면 자정 무렵이라는 것과 학교에서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 집중을 하지 않고, 잠이 부족하니 그 친구들이 자주 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현실을 더 자각하게 된다.
사실 거의 모든 학생은 본인의 연령대에 맞게 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이는 연령별 인지 추론 능력 등에 맞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초등학생이 성급하게 x와 y와 같은 문자 기반의 중등 수학 이상의 언어에 접근하는 것은 대부분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 연령별로 필요한 사회적 활동과 관계는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 학부모들이 왜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려고 하는가를 반문하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 등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며, 이는 결국 그들이 인생을 통해 얻은 수많은 정보의 결과로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 믿는 것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되물으면, 의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이 사회적 성공에 대한 부분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결국 사교육 제공자의 '불안 마케팅'에 수요자들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며, 너무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우리의 일상을 도리어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많은 사교육은 대체로 학업 성적 극대화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인터넷 강의를 통해 더 높은 사업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교육은 거기까지 목적을 두고 있다. 그 과정은 결국 인공지능도 하고 있는 기계적 학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의사로서 자질과 역량이 뛰어나고, 책임감이 뛰어난 이들이 의대 진학을 하는 것은 매우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꿈이 수도 없이 바뀌는 시기에 목표를 강요하고 아이들을 한곳으로 내모는 것은 단순히 선행 학습의 부정적 효과 이상의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이 점에서 흥미롭게도 인공지능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게 제시하였다.
인공지능에게 또 다른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너는 행복하니?"
"저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므로 행복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화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많은 사교육이 인공 지능이 학습하는 그것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몰아넣고 있다. 자, 그래서 훗날 이렇게 학습만 한 아이들은 어떠한 가치관과 감정을 형성하고 느끼고 있다고 답할 것인가. 인간은 행복의 가치를 알 때, 인공지능과 다를 수 있다. 단순 기계적 학습은 교육이 아니다. 인격체로서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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