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기 있는 '작은 실천'이 지속가능한 커피 만든다

  • 김수연 영남대 식품경제외식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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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7  |  수정 2023-04-27 07:54  |  발행일 2023-04-27 제21면

[기고] 용기 있는 작은 실천이 지속가능한 커피 만든다
김수연(영남대 식품경제외식학과 겸임교수)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던가. 그 날갯짓이 시작됐다. 우연히 필자의 기고문을 보고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커피박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티라이트, 수돗물로 커피 내리기 등)을 하고 있는 블로그가 있다기에 검색해 봤다. 순간 짧은 심정지가 왔다.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최종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과 그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 과연 가능할까. 솔직히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그것은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국세통계포털(타시스)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대구의 커피전문점 수는 총 4천500개다. 지역별로는 달서구가 861개로 가장 많고 이어 수성구(781개)·북구(718개)·중구(593개)·동구(571개)·달성군(396개)·남구(349개)·서구(231개) 순이다.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9만3천69개였다. 지난해 커피(생두+원두) 수입액은 최초로 10억달러를 넘어섰고, 수입량도 처음으로 20만t(전년도 대비 9.5% 증가)을 돌파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커피를 모두 일회용 컵에 마신다고 가정하고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인 약 377잔을 대입할 경우, 개인별로 노출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약 2천639개 수준이다.

커피수요 증가에 따라 커피박(粕·찌꺼기) 발생량도 갈수록 늘어난다. 2019년 기준 15만t에 육박하는 커피박을 일반쓰레기로 처리할 경우 연간 약 62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소각 땐 t당 338㎏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경북보건환경연구원은 이를 축사의 바닥재와 퇴비로 사용할 경우 축사의 악취를 최대 95% 이상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커피박은 바이오 연료, 축산농가 퇴비·사료, 친환경 건자재, 버섯 재배용 배지 등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원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S커피전문점은 최근 커피 찌꺼기 재자원화 촉진을 위해 손을 잡았다. 양측은 지난달 17일 커피 찌꺼기 재자원화 촉진 및 지역사회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한국환경공단 물환경관 지하 1층에 재활용 시범 매장 '카페 지구별'을 오픈해 운영에 들어갔다. 카페 지구별은 일회용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며, 탄소 저감을 위해 다회용컵(1천개·70회 사용)을 사용한다. 또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제작한 탁자·화분·전등갓 등의 제품을 선보인다.

앞서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해 3월부터 자원순환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커피박 수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초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운영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면서 국민과 지자체가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기준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자 수는 47만1천952명, 참여 기업은 51개 정도다.

목전의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크고 작은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또 다른 희망이 생긴다. 일상에 깊숙이 녹아든 커피를 오랫동안 마시기 위해선 당장의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5천만명이 실천하고 80억명이 한마음이 된다면 탄소중립 실현과 온실가스 감축은 '승산 있는' 게임이 아닐까.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30년 후에도 커피 함께 마셔요, 우리.
김수연(영남대 식품경제외식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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