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지방대학 시대의 이정표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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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9  |  수정 2023-04-19 06:56  |  발행일 2023-04-19 제26면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지방대학 시대의 이정표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수도권 쏠림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역 주도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지방대학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최근 지역대학에서 특강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 "누가 인재인가." 때 아닌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학생들이 정답이 없다는 말에 그제야 펜을 들고 써 내려간다. '취업하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실행하는 사람' 화이트보드에 붙인 학생들의 메모를 함께 읽는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바람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가.

학생들과 함께 해외의 혁신적인 교육기관 사례를 살펴본다. 미국의 '올린 공대'와 '미네르바 스쿨', 스페인의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프랑스의 '에꼴42' 등이다. 공통점이 있다. '가르치는' 교수는 없다. 코치와 조력자 역할만 있다. 학생들은 '팀' 단위로 소통능력과 협업능력을 기른다. 미래인재의 핵심역량으로 모두 소통과 협업을 공통으로 꼽는다. 결국, 문제해결 역량이다. 그래서 실험과 창업이 수업이고, 도시의 현장이 최고의 캠퍼스다.

대구시는 2017년부터 청년들의 소통과 협업,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청년소셜리빙랩'을 운영했다. 빈집과 골목, 거리와 동네가 청년들에게는 생활 속 실험실이었다. 핀란드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Living Lab)이 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되었다. 청년유출과 지역침체의 '악순환의 덫'에 갇힌 지방도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떤 산업을 끌어올지 고민하지 마십시오. 젊은 세대가 몰려와 공부하고 일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세요. 젊은이들이 무엇이건 실험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험대'(testbed)로 도시를 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웨덴 말뫼시의 일마 리팔루 전 시장의 인터뷰다. 조선소가 문을 닫고 실업률이 22%까지 치솟았던 실업자의 도시가 20년 만에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스타트업 도시로 변모하였다. 말뫼시는 청년들에게 도시의 비전을 물었다. 그리고 버려진 조선소 부지에 말뫼대학을 세웠다. 전공을 넘어서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 인재를 양성했다. 인재들이 기업을 만들고, 기업을 유치했다.

도시는 여러 해결책이 발전되는 역동적이고도 창의적인 공간일 때, 비로소 번영한다. 도시를 청년들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로 내놓아야 한다. 청년, 대학, 도시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길이다. 그 중심에 지방대학 시대의 이정표가 있다.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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