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책 읽어주는 요정

  • 박지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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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0  |  수정 2023-04-20 07:32  |  발행일 2023-04-20 제14면

[문화산책] 책 읽어주는 요정
박지음<소설가>

북리뷰어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팬데믹으로 고립되었을 때, 북리뷰어의 활동은 빛을 발하게 되었다. 서점에 갈 수 없으니 SNS에서 책 후기를 찾아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 된 것이다. 북리뷰어들은 돈을 받고 서평을 쓰지 않는다. 취미로 시작된 독서와 독자로서의 의견을 상품화하는 동시에 진정성을 잃기 때문이다.

북리뷰어는 독자인 동시에 또 한 명의 작가이다.

내 소설집 '관계의 온도'(2023, 아시아)에는 장애인, 다문화 가정, 여순사건, 광주5·18(민주화항쟁) 등 어둡고 무거운 주제의 단편이 들어 있다. 내 책의 리뷰는 다양하지만, 다음에는 어둡지 않게 써달라는 평도 있고, 얕은 해석으로 읽어내는 사람도 있다. 소설집의 특성상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는 기대 없이 출간했지만, 독자가 읽어 주지 않으니 기운이 나지 않았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질 즈음 김미옥 서평가가 리뷰를 올렸다. 김미옥 서평가는 SNS에 꾸준히 서평을 올리며 활동하는 사람이다. 김미옥 서평가는 평론가처럼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해준다. 김미옥 서평가는 "우리 시대에 '박지음'이 있어 기쁘다. 좋은 작가를 발견할 때마다 희망으로 들뜬다"라는 평을 했다. 내가 감사를 표한 댓글의 답글도 감동을 주었다. "박지음 작가님의 책은 용감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워요. 읽고 나서 먼저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꼭 계속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라고 써주었다. 그날 나는 조금 울었다. 내 세계를 인정받고 존중받는 느낌은 우주를 얻은 것처럼 충만감을 주었다. 김미옥 서평가의 독서는 인문학 서적과 논문, 철학서, 과학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이른다. 나는 '제국주의'라는 책의 서평을 읽다가 '다문화'의 개념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만든 이야기 속 인물로 인해 다문화 아이들에 관한 또 다른 편견을 양산한다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캐릭터화했던 다문화 아이들에 관해 자각하게 되었다. 내 인식이 편협해지지 않을 가느다란 틈을 찾은 것이다. 그 틈으로 내 세계는 넓어졌다. 그 순간 김미옥 서평가가 '책 읽어 주는 요정'처럼 여겨졌다. 책 읽어 주는 요정이 내 곁에 와서 속삭인다.

이쪽으로 와 봐. 여기 더 재미난 게 있어!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는 요즘, 출판되는 책은 넘쳐난다. 책 읽어 주는 요정이 길잡이가 되어준다면 양서가 재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난 요정을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독자들이 만나길 바란다. 그 순간 당신들 각자에게 하나의 우주가 생겨날 것이다.

박지음<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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