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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
지난 12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필자는 비례대표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발언대에 섰다. 선거제도 개편과 정치개혁의 목표는 분명하다. 더 이상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이념에만 매몰되어 거대양당이 정쟁만 하는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장과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국회를 만들어야 하며 역량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에는 정책과 전문가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필자가 이번 전원위원회에서도 발표한 바 있지만, 지난 16대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의 당시 직업 분포를 보면 정치인이 76.3%로 압도적인 데 반해 대학교수 및 전문가는 고작 5.8%에 불과하다. 제21대 국회의원 경력을 봐도 정당인 및 정치인이 106명, 법조인이 46명으로 전체 의원 수 대비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현장의 정보를 꿰뚫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전문가는 부족하고, 정무적인 정쟁과 이념에 편승해 대중의 인기에만 집중하는 정치인만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례대표 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3년, 직능별 전문성 있는 사람들과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도록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족한 2%를 채워주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비례대표제는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직능·세대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였고, 청년과 여성·장애인과 같은 이른바 정치·사회적 약자가 국회에 등원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정치 현실은 정무와 정쟁에 밀려 맥을 못 추며 뒤처지고 있는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 인공지능·자율주행차·메타버스는 물론이고 챗GPT까지 기술 성장세가 날로 가속화되고 있지만 우리 정치는 최첨단 기술과 산업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민생도 결국은 기술·산업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기에 유망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 또한 국민을 위한 정치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 면적의 12.1%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 이상이 몰려있는 구조로 지역별 유사성이 아주 큰 나라이다. 이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지역별 대표성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비례대표 본연의 취지인 직능분야별·소수자 대표성을 담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전문성 없는 정치로 인해 얼마나 고통받는 삶을 살아왔는지 국민이 더 잘 아실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코로나 대응 전략에서 분명하게 보지 않았는가. 필자가 대표 발의하고 2021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스마트방역법'은 2년이 넘도록 시행되지 않았기에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이 고통을 받고 엄청난 손실을 보았던가. 이 모든 것이 정쟁과 정치인만 있고 정책과 전문가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에도 행정직만이 대부분이라 우주·위성·원자력 등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이다. 4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으로 발사된 아리랑 위성영상도 5년간 겨우 17개 영상을 활용했을 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시장·도지사 직속의 과학기술혁신팀을 두는 '과학기술기본법'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려면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세금과 그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를 엄밀히 체크해야 한다. 정치는 명분이고 과학이다. 국회의원 몇 명을 뽑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국민의 재산과 건강 그리고 지역과 국가의 미래와 차세대를 위해 전문성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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