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는 소설가로 산다!

  • 박지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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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7  |  수정 2023-04-27 07:34  |  발행일 2023-04-27 제16면
[문화산책] 나는 소설가로 산다!
박지음〈소설가〉

이번 주에는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영남일보 '문화산책'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생텍쥐페리의 원문은 "나는 산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언제나 살아 있다"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영남일보에 연재한 글은 내가 소설을 쓰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내가 갔던 장소에 관한 것이었다. 매주 글을 쓰면서 설레었다.

소설가의 삶은 내가 선택한 삶이며, 소녀 시절부터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소설가가 되고 기뻤던 순간이 지나고 나자 고단했다. 소설을 쓰는 것 자체보다 대인 관계에서 오는 실망 때문에 슬펐다. 그러나 이 삶은 내가 선택한 내 삶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모멸감과 좌절도 소설을 쓰는 삶의 일부였다. 한 편의 소설을 써내고 완성한 다음 느끼는 환희는 모멸감과 좌절을 씻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글을 써서 나를 표현하는 일은 내 삶의 정체성이 되었다. 나는 소설가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족이 있지만, 소설가에게는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가족과 주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행을 떠난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들은 외로웠을 것이다. 다른 세계에 빠져 있는 아내와 엄마를 갖는다는 것은 그들 삶의 구멍이 되었을 것이라는 자책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소설을 놓을 수 없다.

소설은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 보답이 적다. 나는 돈과 시간에서 자유로운 중년에서야 소설가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출산과 육아, 젊음이 지나간 지금, 내 피와 땀과 눈물과 열정까지 지나간 지금, 오히려 소설가로서 내 삶은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 시절 작가에게 가난은 예술을 위한 고난과 숭고함을 주었을지 모른다. 그들의 발언은 세상을 흔들 말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나는 왜 소설가의 삶을 선택했는가.

나는 소설을 써서 한 세계를 얻는다. 내가 죽어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읽어 주면 살아날 세계 말이다. 소설가는 그 세계를 위해 아홉 가지 슬픔을 참고, 한 가지 기쁨을 얻는 예술가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소설가로 산다. 나는 소설가로 살아 있다. 나는 언제나 소설가로 살아 있겠다.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발견한 날 그간 뭉쳐 있던 외로움이 풀리면서 소설가인 내 삶이 환희로 반짝이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영남일보 문화산책에서 독자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마지막 글은 내가 소설을 쓰는 기쁨과 슬픔에 관해 써 보고 싶었다. 글을 연재했던 지난 3·4월은 두 번째 소설집을 내고 나서 소설가로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영남일보 독자가 어딘가에서 박지음의 이름을 듣는다면 한 번쯤 기억해 주길 바란다. 소설가로 살고, 소설가로 살아 있는 박지음에 대하여.박지음〈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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