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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 |
인류의 큰 고민인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이란 용어를 자주 듣게 되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용어도 접하게 되는데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뜻한다.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탄소발자국도 급증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인터넷 세상의 뒤에는, 대중에게 보이지 않는 뛰어난 기술과 인프라가 존재한다. 예로, 스마트폰에서 영상 하나를 스트리밍하면, '데이터센터'에 저장돼 있는 해당 파일의 조각들이 '네트워크' 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어 실시간 재생된다. 이런 과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와 통신 장비, 저장 장치 등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가 모인 시설이고 대규모의 컴퓨팅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고, 결과적으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최대 2.5~3.7%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을 배출하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항공업계의 배출량 약 2.4%보다도 많은 양이다.
우리 일상생활에 AI가 많이 활용될 머지않은 미래엔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더욱 급격히 늘어날 것이 명확하다. 그 이유는, 자율주행차량이나 챗GPT 등은 매우 많은 연산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관련 산업의 기술개발 및 에너지 효율화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대중의 역할도 중요하다.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되 현명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것을 지키는 것이 좋다.
우선,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교체 주기를 늘리는 것이다. 요즘은 고장이나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보고 기기를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교체만 피해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음악이나 영상은 스트리밍보다는 다운로드 후 저장하여 재생함도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 활용 시 북마크를 활용하여 검색을 줄이고, SNS에 필요 없는 동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전달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좋은 생활습관 및 현명한 소비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북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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