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9강: 5월11일 - "지역사회 역사, 연구자·주민이 함께 살펴보고 후세대에 전달해야"

  • 다나카 사토시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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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2  |  수정 2023-05-02 07:38  |  발행일 2023-05-02 제14면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공동 시민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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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9강: 5월11일 - 지역사회 역사, 연구자·주민이 함께 살펴보고 후세대에 전달해야
다나카 사토시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문학부 교수)

일본에서 교토는 '고도' '문화수도' 등으로 평가받는 관광도시이다. 2023년 4월 현재 코로나19 이전을 연상케 하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또 교토의 각 대학에는 '교토학' 강좌가 설치되어 다수의 학생이 배운다. 나는 2006년부터 교토학 수업을 담당하며 연구와 교육 현장에 관여해 왔다.

일반적으로 이미지화되는 '교토학'은 교토의 전통예능·전통공예, 의식문화의 성립, 사찰이나 시가지가 즐비한 독특한 경관, 혹은 기온마쓰리나 아오이마쓰리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제례 등 독특한 지역문화에 대한 문화사적 연구이다. 한편으로는 근현대 교토의 정치운동이나 사회문제의 실태를 해명하고 장래의 거리조성을 전망하는 연구도 많다. 역사학, 지리학, 사회학, 건축학, 문학, 미술사, 인류학과 같은 연구방법이 확립된 인문학 분야의 기법에 따라 연구자가 각각의 문제의식에서 자료를 수집하여 구체적 대상에 접근하는 연구 등이며, 단일적인 '교토학'이라는 것은 아직 없다. 이외에도 '에도학' '도호쿠학'이라는 지역학도 있지만, 독자적인 방법론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명료한 것은 많지 않다.


日 문화수도 교토 지역 이미지
역사학이 밝히는 실상과 달라
단편적인 지식 익히는 것 지양



한 문학연구자는 '교토학'을 '생활의 일부' '역사지식' '지역봉사' '독자적 학문영역' 등 4가지로 분류했다. 학생들은 이 자유로움을 보고 교토라는 역사의 장에 관한 소박하고 다양한 흥미를 살린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교토학' 연구는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마주하며 하루하루 얻고 있는 실감과 그 일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설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단순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단편적인 지식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현대사회에 넘쳐나는 '교토'를 둘러싼 불확실한 언설의 바다로 흘러갈 뿐이다.

나는 대학 강의에서 도시로서의 긴 역사, 기온마쓰리 등의 제례나 전통 산업, 하나마치의 화려한 '문화의 수도'라고 하는 일반적인 교토 이미지와 역사학이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는 실상과의 격차를 다룬다. 고아와 들개가 서성거리고 사취가 감도는 헤이안쿄, 니시진오리와 시미즈야키를 지탱하는 다수의 외국인 직공, 난징을 침공해 필리핀에서 전멸한 교토 출신 육군 병사들 등 실제 역사를 알 때 관광도시 '고도'상은 교토의 극히 일부를 강조한 허상임을 실감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공유되어 소비되는 '교토의 역사'란 후세의 역사관에 기초한 사료해석을 집성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로 사료를 남긴 주체, 시대나 연구자, 학문 분야가 다르면 역사상 자체도 바뀐다. 1천200년 동안 수도였던 교토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쌓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므로 이를 자각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비로소 일견 자료로 보이지 않는 신문기사 스크랩, 사찰 범종이나 길가 초석에 적힌 명문, 수백 년 지속되는 지역 풍습, 전쟁 중 체험 증언, 유젠염색의 종이본이나 대장 등 지역에 오래 존재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역사자료'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생생한 역사의 기억을 어떻게 발굴해 공공재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지역사회가 걸어온 역사에 대해 연구자와 주민이 함께 살펴보고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며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상적인 문화운동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실천적 지역학이야말로 폐색된 현재의 인문학을 다시 사회로 연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나카 사토시<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문학부 교수> 

번역, 지영임 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일본고대사, 일본사학사, 교토지역자료론 전공 △리츠메이칸대학 국제평화뮤지엄부관장 역임 △공저 '논점 일본사학'(2022), '고대 일본의 민족, 국가, 사상'(2021), '일본서기 1300년사를 묻는다'(2020), '일본고대의 자타인식'(2015) 등 다수. △논문 '교토지역자료의 아카이브구축'(2019), '대학에서의 교토학연구, 교육의 현상'(2019), '교토학 연구자료로서의 전후교육자료'(2017)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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