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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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1  |  수정 2023-05-01 06:54  |  발행일 2023-05-01 제22면
젊은날 도피처로 선택한 공군

상호존중의 병영문화 체험

대구공군기지 재방문 통해

국민에 대한 봉사 강조하는

문구·가르침 가슴에 와닿아

[아침을 열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습관은 무섭다. 군복무 중 휴가 때였다. 아버지하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잡고 "통신보안, 중위 이찬희"라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아버지께서 포복절도하셨다. 군대는 축구와 더불어 대한민국 남자의 영원한 술안주이고, 몇 가지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 속에 남겨놓는다.

필자에게 군대는 좌절의 끝에서 만난 도피처였다. 사법시험에 떨어지고 첫사랑과도 이별한 암울한 상황에서 늦은 나이에 선택한 것이 공군학사장교였다. 세상과 문을 닫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희망의 문이 열렸다. 장교와 사병 모두 시험으로 선발되는 정예 인력, 권위적이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병영문화 등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이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난 4월19일 전역한 지 30년 만에 군 수송기를 타고 대구 공군기지를 방문하였다. 공군장교 출신으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덕분인지 금년부터 공군정책발전 자문위원을 맡게 되었다. 위원회는 공군 출신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마침 안보현장 방문 프로그램으로 C-130 수송기를 타고 대구를 간다고 하여 만사를 제치고 신청하였다.

대구는 공군 공중전투사령부, 군수사령부, 제11전투비행단 등이 위치하고 있는 공군 전투력의 핵심이다. 이번에 방문한 부대는 현재 공군의 모든 전투비행단을 예하에 두고 있는 공중전투사령부와 제11전투비행단 내에 있는 제2MCRC(Master Control & Reporting Cente·중앙방공통제소)였다.

현대전은 공중전이라고 한다. 전쟁이 발생하면 먼저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적지를 초토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 되었다.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방백서에 의하면 북한과 비교할 때 대한민국이 확실히 앞서는 것은 공군력이다. 스텔스기 등 최신예 기종과 고성능 미사일, 우수한 조종사와 후방지원인력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공군의 슬로건처럼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부대를 견학하며 F-15 전투기의 조종석에 앉아 보기도 하고 많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였다. 공중전투사령관인 공승배 공군소장과는 이미 안면이 있었다. 필자는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하여 구성된 공군병역혁신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훈련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는지를 점검하러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를 방문하였을 때 그는 기본군사훈련단장이었다. 장병들의 인권보장과 효율적인 교육의 병행에 높은 의욕을 보인 모습이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보니 반가웠다.

인사를 나누고 공군의 전투력과 부대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던 중 가슴에 확 와 닿는 문구가 있어서 메모해 두었다. "국민을 위해선 가장 낮게, 국가를 위해선 가장 높게, 승리를 위해선 가장 빠르게"였다. 가장 공군다운 구호이자 우리 사회 모든 공직자가 명심하여야 할 좌우명인 듯하다.

우리 헌법 제7조 제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 앞에선 가장 높게, 권력을 향해선 가장 낮게, 이익을 위해선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모든 공직자, 특히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정치인들이 공군 공중전투사령부의 슬로건이 가르치는 진리를 깨닫는다면 대한민국의 앞날도 정예 공군이 수호하는 창공만큼 푸르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필승!!!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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