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임원 해임에 관한 분쟁과 대응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
  • 입력 2023-05-02 07:29  |  수정 2023-05-02 07:29  |  발행일 2023-05-02 제12면
최영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일본 KOEI사에서 출시했던 삼국지 시리즈를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넣어 다니며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삼국지 시리즈 중 시대를 초월한 역작으로 평가받는 삼국지3에는 위임 시스템이 처음으로 도입돼 선택에 따라 최전방을 제외한 나머지 후방 도시들을 개별 관리하지 않아도 됐다.

기업에는 CEO, CFO, CTO, COO, CMO 등 여러 C-레벨 임원들이 있다. 회사와 임원 간의 관계를 게임에서의 위임관계로 이해하면 비슷하다. 그런데 게임과는 달리 회사와 임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잘 대응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회사가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회사 임원은 등기 여부에 따라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으로 나뉜다. 등기 여부를 불문하고 회사가 임원과의 관계를 종료할 때 공통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분쟁이 '임원의 근로자성'에 관한 주장이다. 언뜻 임원이 어떻게 근로자가 될 수 있느냐 싶지만 실제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한국에선 이사 직함을 쓰고 법인등기부에 등기까지 돼 있음에도 대표나 회장의 구체적 지시 감독하에 하달된 역할만을 수행하며 출퇴근 체크, 연차관리 등 근로자와 거의 같은 대우를 받는 임원도 적잖다.

동일 평면에서 비교하면 대기업의 대리급 직원들이 거래처 관리 등에 약간의 재량을 부여받는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 임원이라도 심지어 등기를 했더라도 근로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로 판단된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촘촘한 해고 요건을 갖췄는지 따져봐야 한다. 만약 아니라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원이 근로자성을 주장하며 해고나 징계가 부당하다고 다투는 경우가 실무상 매우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등기임원 해임은 상대적으로 간명하다.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해임결의를 한 뒤 임원변경(해임) 등기를 하면 된다. 임원 입장에선 해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통상 잔여 임기 동안 받았을 보수 정도가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된다.

임원이 소송전을 통해 회사에 대응하는 경우가 있으나 일단 경영권 일선에서 배제된 이후이니, 회사 입장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한다면 해임 결의를 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회사가 임원과 작성한 별도의 계약서가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 보자. 모르고 있었던 조항이 떡하니 있을 수 있다.

비등기임원에 대한 해임은 임원의 근로자성과 맞물려 좀 더 복잡해진다. 임원 성격을 명확히 하는 임원(위임)계약서를 작성했고 실제 특정 분야를 위임받아 업무 수행의 구체적인 방식과 팀원들 조율에 재량을 부여하였다면 회사 입장에선 일단 리스크가 낮다. 급여도 다른 근로자들과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높거나 혹은 인센티브제 위주로 책정했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경우 회사는 비등기임원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가 아닌 임원계약서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해임 통지하면 된다.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해 해당 임원을 해임하는 데 대한 이사회 결의 정도를 구비해 두면 더 안전하다. 다만 현실에서 법률관계를 상호 명확히 한 회사는 의외로 드물다.

그 때문에 비등기임원은 등기임원에 비해 근로자성에 관한 분쟁이 전면에 드러나는 비율이 훨씬 높다. 회사 입장에서 임원에 대한 법률관계를 사전에 명확히 해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영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기자 이미지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